안타깝다 나의 팔굽혀펴기여

5월에서 6월로 달이 바뀌었다. 화창하게 빛났던 5월이 '6'이라는 숫자를 앞에 단 순간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꽃다운 여인이 되었다. 한국에서 맞이하는 6월은 참 맑고 화창하고 아름답다.

프리레틱스 2주차 첫번째 날. 오늘은 상체 중심인지 팔굽혀펴기가 그렇게도 많았다. 덕분에 나는 펜을 잡고 글을 쓰는 것도 힘들게 됐다. 자꾸 부들부들 떨려서 글을 쓰는건지 글자를 그리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그렇다고 팔굽혀펴기를 잘 해낸 것도 아니다. 나는 도무지 한 개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40번을 10번씩 띠엄띠엄 나눠서 했는데 엉덩이는 바닥에 둔채 팔만 굽혔다 폈다 했을 뿐이다. 누가 보면 '저 사람 운동하는거야 기도하는거야 뭐야'라는 소리가 나올법한 옹삭한 동작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마저도 횟수가 넘어갈수록 괴로워져서 결국엔 외마디 비명같은 탄식만 되풀이 되었을 뿐이다. 동영상에 나오는 서양여인은 쉽게도 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내 몸뚱아리는 아직 한 개도 감당을 못한단 말이지.

남편과 나, 아주버님 이렇게 세 사람은 결의를 다짐했다. 살을 빼겠다고!! 우리 셋다 요즘 들어 통통해졌기 때문에 더이상 손놓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한은 두 달에서 많으면 세 달. 헬스장을 다닐까 복싱 같은 것을 배워볼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맨몸운동이다. 

프리레틱스는 우리가 캄보디아에 있을 때 알게 된 (몇 번 시도하다가 말아먹은) 맨몸 운동 방식이다. '코치'라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운동 계획을 짜주는 데 3달에 35불인가 든다. 캄보디아에선 선뜻 구매하진 못하고 프리레틱스 어플 내에 제시되어 있는 운동 방법 몇 개를 따라 해봤다. 초반부터 너무 지쳤는지 우리는 쉽게 포기해버렸다. 돈을 주면 뭐가 달라지나 동기가 좀 생기려나 궁금하기도 했고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제 고작 1주일 한거다. 온 몸의 근육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허벅지, 어떤 날은 복근 중심 운동을 하라고 하더니 오늘은 완전 상체만. 하드코어다. 덕분에 어깨 아래로 욱씬욱씬 거리지만 나쁘진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여시같은 어플은 슬그머니 운동 강도를 높여간다. 사용자도 눈치 못채도록 정신을 쏙 빼놓고선 어제보다 몇 개 더 하게 만드는 것이다. 효과가 있긴 하다. 물론 요가매트를 들고 공원에 나가야 한다는 궁극의 의지가 필요하긴 하지만.

공원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솔직히 부끄러움은 이제 내 몫이 아니다. 보는 이의 몫이다. 애들이 자전거를 타고 우리 매트 주위를 뱅글뱅글 돌든, 헥헥 거리면서 푸시업 하나에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내 안타까운 엉덩이 뒤로 배드민턴을 하는 춤을 추든 나는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어쩌다가 고개 한번 돌리면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데 눈을 피해도 시선이 쫓아오는 게 느껴진다. 에잇, 안타까운 팔굽혀펴기 하는 사람 처음 보시나. 음. 처음 보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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