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시댁에 내려오면 하는 일

보길도에 들어가기 전에 완도 시댁에서 하루 집을 지킨 우리. 어머님께서 교회 수련회 일정으로 집을 비우셔서 완도집은 우리가 지킨다. (심각)

​1. 어머님께 받은 하루 미션: 고양이랑 개 밥주기
완도집에는 새끼고양이 두마리가 살고 있고 집 위쪽에 있는 비닐하우스에는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가 집짓고 살고 있다. 집 앞마당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새끼 형제고양이는 한달 전에 어미를 교통사고로 잃고 둘이서만 의지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좀 친해져볼까 하고 빼꼼 쳐다보면 "저 사람은 어디서 온 사람인고"하고 5초정도 빤히 쳐다봐준다.


"밥 때가 되었으니 밥을 어서 달라 인간!" 두 형제가 원샷에 잡히는 적은 흔하지 않는데 고개를 빼꼼 내미는 순간 찰칵 사진을 찍었다. 정말 배가 고팠나보다.

​2. 나무에 물주기
완도집에는 수없이 많은 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미니 수목원이라고 해도 될 정도. 요즘같은 땡볕 햇볕에는 매일 물을 줘야 한다고 하는데, 이 물주는 게 상당한 일이다. 긴 호수로 한참 식물들에게 물을 뿌려주고 나면 왠지 얘네들에게 뭐라도 해준것 마냥 기분이 으쓱해진다. 책임질 생명이 있다는건 이런 느낌인가.


밥벌어 먹고 사는 현실적인 것 말고도 식물을 가꾸고 같이 공존하며 사는 것도 참 멋지고 근사한 일인 것 같다.

​3. 나무 가지치기
완도집 입구에 서 있는 나무가 삐죽빼죽 멋대로 자라나있다. 우리의 미션은 이 나무를 보기좋게 가지치기 하는 일. 가지치기...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 그런데 이게 박군 머리 깎아주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가위가 좀 무거워서 팔이 아프다는 거 빼면.


한참을 땀을 흘리며 가지를 치고나니 나무가 꼭 이발한 것 처럼 단정해졌다. 머리 깎아주고 난 후 느끼는 개운한 기분. 때론 육체를 괴롭게 하는 노동에서 아주 단순하고 묵직한 보람을 느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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