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여름휴가:: 보길도 민박집 운영 체험기

<보길도 민박집>의 탄생

7월부터 쭉 블로그 글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있다. 핸드폰도 해지했기 때문에 영락없이 와이파이만 의존하게 되었는데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 쭉 지냈기 때문이다. 3월부터 6월까지 서울에서 지내다가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우리는 독일 짐도 쌀 겸 여유도 부릴 겸 완도 시댁으로 내려왔다. 완도도 모자라 더 섬으로 들어갔으니...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고 비어있는 보길도 박군의 할아버지 댁에 "우리끼리 한번 살아보자"하는 마음으로 들어간 게 2주 전이다.

우리가 당분간 섬으로 들어가 산다고 하니 섬살이(?), 바닷가 휴가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둘보다는 셋, 셋 보다는 넷이 더 재미있겠다 싶어서 거의 2주 내내 휴가오는 팀을 받게 되었고 박군의 할아버지댁은 <보길도 민박집>이 되어버렸다. 때마침 티비에서 '효리네 민박집'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던데 우리 부부도 이번에 민박집 운영을(?)하면서 몇 번 챙겨보게 됐다. 효리네가 손님 맞이를 하면서 약간 긴장하는 부분이나 손님들 덕분에 집안에 활기가 도는 그 분위기가 우리랑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갔다.

거실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보이는 풍경. 넓은 창으로 보길도 예송리의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서울은 열대야 수준이던데 보길도는 바닷바람이 불어 제법 시원했다. 별거 하지 않아도 거실로 불어들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휴가 분위기가 물씬 난다.

낡았지만 정이 깃든 예송리 동네의 담벼락. 이 사진을 보고있으면 예송리 길가에 뜨겁게 깔려있던 까만 다시마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햇볕이 뜨거울수록 다시마가 바싹 잘 말랐다.

이래봐도 태양은 꽤 뜨거워서 빨랫감이 금방 마른다.


보길도에 들어가면 뭘하고 노나

첫번째 팀으로 지인 커플들이 놀러 왔다. 나름 손님맞이를 한다고 바닥도 쓸고 닦고 선풍기도 치우고 이불도 털었다. 우리 포함해서 6명이 먹을 삼계탕도 난생처음 끓여봤다. 맛은 대성공. 

밥을 먹고나면 팀을 나눠서 정리를 한다. 설거지도 하고 음식물쓰레기 정리도 하고.

꼭 80년도 시골에 사는 부부 느낌 물씬난다. 우리는 2017년을 살고 있는데. ㅋㅋ

보길도에 들어오면 그냥 무조건 "먹고-바다가고-다시 배고프면 먹고-또 바다가고"의 반복이다. 보길도 바다는 정말 아름답다. 박군의 할아버지댁은 보길도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한 예송리 해수욕장 앞. 2주 내내 바다가서 파도치는거 구경하고 풍덩 빠져서 물장구치고 참 재밌게 놀았다. 


물이 깨끗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첫번째 지인커플들이 왔을 때는 예송리 앞바다에서 놀았는데 거긴 정말 바닷물이 더러웠거든. (거의 미역국에 몸을 담구는 느낌) 이 사진은 세번째 팀이 왔을 땐데 예송리 해수욕장 옆으로 쭉 걸어올라가면 보이는 곳이다. 아는 사람만 오는 예송리의 숨겨진 명소라고나 할까. 이날은 감사하게도 물도 적당히 따뜻했고 파도도 덜 쳐줘서 아름다운 바다를 만끽할 수 있었다. 바다는 바다인데 매일 다른 바다라니. 이 얼마나 자연의 신비인지.. 


고동 맛을 아십니까

고여있는 물 안에 고동이 가족을 이루고 살고있다. 자세히 보면 손가락 한마디만한 작은 물고기들도 살고 있다.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투명한 바닷물을 들여다본다는 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다. 이 드넓은 바다에서 파도의 힘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생태계의 생명력을 보고 있자면, 바다가 마치 숨이라도 쉬는 듯이 밀어들어오고 나가는걸 보고 있자면 나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사는 어떤 광활함같은 것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이 생명들에게 집중한다. 사방은 고요하고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만 귓가에 가득...


파도치는 보길도 예송리 앞바다에서 큰 바위를 더듬더듬거리며 고동 채취하는 여인네. 이 작은게 뭐라고 쪄먹으면 쫄깃하고 짭짤한게 맛이 그만이다. 세번째 팀인 지인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왔을 때는 어른들까지 합세하여 고동을 땄다. 다들 흩어져서 바다와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다. 모일때는 양쪽 주머니에 고동을 한가득 담아서.

사람, 바다, 먹거리가 풍성했던 2주간의 여름휴가

보길도는 명절때만 와 봤지 사실 여름휴가로 길게 있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닷가가 이렇게 반짝거리고 아름다울 줄 몰랐다. 해외에만 가볼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많이 알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나 어렸을때는 해수욕장에 많이들 놀러 가는 분위기였는데, 유행은 20년 주기로 돈다고 조만간 국내 해수욕장을 찾는 문화가 다시 왔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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