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투트가르트에 왔으면? 도서관부터 가봐야지

내가 중학생이었을때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중학교 3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도서관 문지방이 닳도록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문지방은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닳아지진 않았다, 물론.)

내가 갔던 도서관은 집에서 4km정도 떨어져 있던 곳이었는데 오며가며 걸어다녔으니 나름 운동도 되고 공부도 하니 일석이조였다. 책도 무료로 빌려볼 수 있고 열람실에서 공부도 할 수 있으니 나한테는 놀이터같은 곳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책이 가득 들어차있는 공간이 주는 포근함이나 쾨쾨한 낡은 책냄새가 좋았던 것 같다. (애늙은이같이) 공간을 가득 채운 책들이 앞으로 내가 읽을 책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독일에 오고나서 비자 신청에 필요한 급한불을 끄고나니 마음에 여유가 좀 생겼다. 그럼? 이제 도서관을 가봐야지. 나의 슈투트가르트 생활에 팔할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를 중요한 곳이니까. 가서 영역 표시를 하고 와야겠다. 이 나라 도서관은 어떻게 생겼나 검색해보니 꽤 유명한 것 같다. 한국인 건축가가 건축한 곳이라니. 이곳에 가면 한국어로 "도서관"이 써져 있다고 하니 기대가 잔뜩된다. 이런 중요한 곳에 갈때는 하루 일정을 비워두고 가야한다. 원래 큰 일정은 없었지만. 

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저 네모진 건물이 도서관이다. 어마어마한 스케일.

자연채광을 이용한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가운데는 뻥 뚤려있고 바깥쪽 벽을 책이 전부 다 둘러싸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효율적인 도서관 구조는 아니다. 잠깐. 이런 구조면 책을 많이 못 넣지 않나?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4층부터 7층까지 쭉 둘러보며 올라왔다. 7층에서 내려다보니 정말 멋지다. 책이 마치 장식품이 된 느낌이지만 아무튼 근사해보인다. 책은 장식으로 쓸 때 가장 멋져보이는가.

내친김에 도서관 카드도 만들었다. 1년에 20유로. 슈투트가르트 내에 있는 어떤 도서관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카드란다. 이 도서관이 다 내꺼인 느낌이 들었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그냥 가기는 아쉬워서 책도 빌려봤다.

나니아 연대기는 저걸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나름 한글로 읽었을 때 재밌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 빌려왔다. 옆에 있는 세 권의 동화책은 독일어 공부용으로 빌려봤다. 보니까 내 독일어 수준이 딱 옹알이 수준이라 독일 꼬꼬마 아이들이 읽는 책부터 같이 따라 읽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내가 아는 단어. Was, sitzt, im, und.

이 정도면 딱 내 수준에 맞겠다. 그림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는가? 번역하면 "숲에서 앉아서 손짓하는 게 뭐야?" 저요!! 저 알겠어요! 부엉이요 부엉이. 그림책이 참 마음에 든다.

이건 좀 글자가 많긴 하지만 첫 문장을 내가 알아볼 수 있다는 데 감격해서 덜컥 집어오고 말았다. 첫 문장은 이러하다. "얘네들은 피트와 파울로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문장은 아마도 "얘네들은 베스트 프렌드 입니다"가 아닐까. 그 다음 부터는 블라블라. @_@ 구글 번역기가 필요하다....

도서관에 다니면 주로 동화책을 빌려다 볼 생각이다. 아직 나는 0세 수준이지만 점점 2세 3세로 올라가다보면 초딩 수준까지도 갈 수 있으리. 한번 가보자.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