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투트가르트 거주지 등록, 보험가입, 계좌개설하기

아직 비자신청까지는 가지도 못했지만 슈투트가르트에 들어온 지 2주차. 이제 비자신청 전까지 모든 준비 과정을 마쳤다.

우리는 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독일에 들어왔다. 서울에 있을 때 대사관에서 3개월짜리 학생비자라도 신청하기 위해서 갔는데, "가서 신청하세요. 요샌 다들 그렇게들 해요."라는 독일대사관 직원의 쿨한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3개월 안에 장기로 거주할 비자를 신청하고 기한 내에 받아야 한다는 게 굉장히 큰 압박이 되었던 것 같다.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 단계들이 많기 때문이다.


집 구하기

먼저 이 모든 과정의 첫 시작은 "집 구하기"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빠른 시일 내에 집을 구해야 한다. 집 계약을 해야 집주인에게 양도를 하겠다는 서류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서류를 관청에 등록하는 게 거주지 등록이다. 안멜둥을 해야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고,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있다. 안멜둥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한인사이트에 올라온 집을 조금 무리해서 계약했다. 어쨌든 9월부터 어학수업도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최대한 빨리 이 모든 과정을 마치자는 것이 우리 우선순위였으니까. 새로운 집은 9월 1일부터 들어가게 되었고, 그 전에 임시로 구할 집은 9월 30일까지 사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이것도 미리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출이 심하게 들어갔다. 

임시로 사는 집도 한국사람이 사는 곳이었는데, 9월 한달간 방이 놀게 되었으니 너무 돈이 아까워서 한인사이트에 올려 다른 단기 세입자를 구하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봤지만 단칼에 거절. 기가 막힌다. 이유는 없고 찝찝하니까 안된다고. 자기는 이미 돈을 다 받았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는거다. 우리가 아쉽지. (조금 열 받아서 말이 막 나가고 있다.)

앞으로 살게 될 집 세입자도 한국인인데, 가구비와 부엌비를 명목으로 340만원이나 받겠다고 해서 몇번이나 내역을 밝혀달라, 좀 과한 금액이 아니냐 요구했지만 낮춰줄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 한국 사람들 대단하다. 돈을 쥔 사람이 갑이다. 

가구도 내 눈으로 보기에 많이 낡았고, 절대 좋은 것도 아니다. 부엌도 마찬가지. 서랍 문짝은 깨져있고 덜렁거리기 까지 한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340만원은 절대 아닌 가격인데. 내 돈 내고 들어갈 집이지만 세입자가 갑이 되어 버리는 여기는 독일이다.


거주지 등록하기, 안멜둥

안멜둥은 의외로 쉽게 마쳤다. 1) 여권, 2) 집주인의 양도 서류 두개를 들고 집 근처 관청으로 갔더니 바로 등록할 수 있었다. 관청의 직원들은 대부분 여자였다. 우리를 도와주신 분도 40대 여성분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독일어로만 하셨다. 우리가 영어로 "독일어가 서툽니다" 어쩌고 저쩌고 해도 독일어로...ㅎㅎ 아무튼 의사소통은 간단하게 이뤄졌고 거주지 등록증을 받아올 수 있었다.


공보험 가입

독일은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눠져 있다. 큰 차이라면 공보험은 가격이 높은 대신에 보장 범위가 넓고 사보험은 가격이 저렴하고 보장 범위가 좁다는 것. 사보험도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보험을 가입했을 때 가족이 함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우리에게 적용됐다. 남편은 만30세 이상이기 때문에 공보험 가입 기준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와 연결되어 있는 공보험 TK에는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서도 공보험을 가입하고자 원하는 자원자를 위한 상품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알아보기로 했다.

사실 공보험이 좋냐 사보험이 좋냐 이건 우리가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에 가늠할 수 없지만 혹시 내가 임신을 하게 되거나 출산을 하게 될 경우 공보험이 훨씬 유리하게 적용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서 TK사의 "자발적인 보험가입(?)" 상품을 들기로 했다. 보통 공보험 한달 비용은 잘 모르겠지만 100유로 미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발적으로 가입하겠다고 하면, 금액이 확 올라간다. 180유로. 한국 돈으로는 24만원이다. 매달 24만원이 보험비로 나간다니. 임신과 출산을 독일에서 하지 않으면 손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TK보험 가입은 아직 진행중인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학교에 상주하고 있는 TK 보험 직원에게 메일로 문의를 먼저 하고, 관련 서류를 받으면 작성해서 스캔한 뒤 보내면 된다고 한다. 서류가 5장이나 되기도 했고 잘 헷갈리는 문항들도 있어서 한번쯤은 다시 수정 요구사항이 있을것 같기도 하다. 좀 더 기다려봐야지.


도이체방크 계좌개설하기

이건 좀 할 말이 많다. 독일은 케바케의 나라라고들 하는데 우리가 이걸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학생비자를 받으려면 보통 "슈페어콘토"라는 계좌가 필요하다. 쉽게 말하면 1200만원을 묶어놓고 한달에 100만원씩만 월급 입금하듯이 받아 쓰도록 만드는 blocked account이다. 그런데 우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비자 신청 할 때 꼭 "슈페어콘토"가 아니어도 필요한 금액만큼 예금되어 있는 일반계좌로도 비자신청이 가능하다는 경우를 들었어서, 우리도 일반계좌를 만들려고 했다. (독일에서 슈페어콘토 만드는건 꽤 복잡하다.) 사실 남편은 한국에서 온라인 은행인 fintiba를 통해 이미 슈페어콘토를 만들기도 했기 때문에 그 금액을 받아 쓸 일반계좌가 필요하기도 했다.

도이체방크 홈페이지 (https://www.deutsche-bank.de/)에서 미리 방문약속(이 나라말로 테어민이라고 한다)을 잡았는데 보통 이틀 뒤로 잡아주는 것 같았다. 일단 금요일로 예약은 잡아두고, 목요일에 한번 테어민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지 직접 가보자고 해서 우리는 시내에 있는 큰 도이체방크에 방문했다.

첫번째 도이체 방크의 데스크 직원은 "비자 없이 어떤 계좌 개설도 개설할 수 없는 것이 도이체방크의 법칙"이라며 계좌 개설을 거부했다. "어떤 지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룰이냐"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어느 지점에서도 비자 없이는 계좌를 개설할 수 없을 거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우리는 이미 비자신청 전에 도이체방크에서 계좌를 개설했다는 수없이 많은 한국인 사례를 알고 있었는데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어찌나 단호하게 말하던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경우가 운좋은 케이스였나, 싶을 정도. 

다행히 시내에는 이곳 말고도 도이체방크가 한군데 더 있어서 그 곳에서 한번 다시 물어보기로 했다. 10분정도 떨어진 곳이었을까. 여기 데스크 직원은 계좌개설이 안된다는 말은 없고, "계좌를 만들려면 테어민이 필요한데 다음주 중으로 잡을까요?"라는 것이다. 같은 도이체방크인데 다른 반응이라니. 이건 뭐지?

다음날, 테어민을 잡아둔 근처 도이체방크(정확히 말하자면 바트캉슈타트 지점)에 갔다. 일반계좌를 개설하려고 한다고 얘기하니 절차에 따라 직원이 친절하게 도와줬다. 비자가 없어서 안된다니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고. 안도의 숨이 저절로 나왔다. 우리는 한개의 개좌를 열어 우리 둘의 이름을 다 넣기로 했다. 아무튼 계좌개설까지 끝!


하루에 한 개씩

여기까지가 독일에 들어오고 2주동안 우리가 끝낸 미션들이다. 하루에 한 개씩. 그것도 모자라 이틀에 한 개씩 꼴로 처리했을까. 기본적으로 우린 널널한 일정을 느긋하게 처리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밖에 나가서 일을 처리하고 다시 집에 들어와 점심을 먹고, 오후엔 시내 구경을 하던지 필요한 물건같은거 구경하러 간다던지. 저녁에 다시 들어와 밥을 먹고 휴식하기. 조금 지겨운 것 같기도 한데 아직 지겹긴 이르다. So far so good. :)

+참 사진을 올리고 싶긴 한데, 여기 인터넷이 정말 느려 터져서 사진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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