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시간의 Orientierungskurs에서 배운 것

어쩌다가 내가 독일 이민 신청에 필요한 Telc B1 시험과 Orientierungskurs 참여 의무라는 종이를 받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 긴 과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 나는 작년에 다른 어학원에서 B2 과정까지 수업을 들었었는데 그 덕분에 어학 과정은 따로 추가로 듣지 않아도 되었고 B1시험만 혼자 준비했었다. 때문에 Orientierungskurs만 신청해서 들었고 100시간이나 되는 수업이 끝났다. 

Deutsch & Integration의 언어 및 Orientierungskurs을 제공하는 몇몇 교육 기관이 슈투트가르트에 있지만 나는 그 중에 가장 큰 기관인 VHS를 선택했다. 기관이 클수록 코스 시간대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물론 VHS에서도 수강인원이 모자라 11월에 시작해야 할 오전 수업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지만.


Orientierungskurs에서 다루는 내용

수업때 사용한 교제

이번 수업때 사용한 교제는 Mein Leben in Deutschland라는 교재였다. Orientierungskurs에 쓰는 교재가 몇권 더 있는 듯 하다. 내용은 비슷한 것 같고. 교재는 세 파트로 나눠져있다. 1. 정치, 2. 역사, 3. 사회. 하루에 4시간씩 월-목 수업을 듣고 금요일은 수업이 없다. 매일 수업만 들으면 지루하고 진도가 빨리 끝나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견학도 세군데나 다녀왔고 독일 역사와 사회를 다룬 영화도 세 편이나 봤다. 

정치와 역사 파트가 가장 비중이 높은 듯 하다. 정치 파트에서는 헌법, 기본법부터 시작한다. 배우다보면 반복도 많이 하게 되어서 어느새 제1조항이 뭐고 2조항이 뭐며 주요 조항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대충 외울 수 있게 된다.

독일의 Staatssymbole나 demokratische Republik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배우고, 권력 분할이 어떤 식으로 이우러져 있는지, 나라의 의무는 무엇이며 시민으로서의 의무는 무엇인지, 각 의회의 기관이나 정당들이 대표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말 독일 정치와 사회의 뼈대를 이루는 중요한 내용을 다룬다.


가장 까다롭다고 생각됐던 Verfassungsorgane 부분. 시민은 누굴 뽑을 수 있으며 선거는 몇년 마다 있고, Bundespräsident/in은 무슨 역할을 하며, Bundeskanzler/in은 무슨 역할을 하며.... 


내가 흥미있었던 부분은 정치에서도 권리 부분이었다.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침해 받았다면 마땅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 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독일 사회에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유치원 자리. 너무 부족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 엄마가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유치원 자리가 부족해서 일을 시작하지 못 한다면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고 한다.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했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정부를 상대로 큰 대기업을 상대로도 소송을 걸 수 있다는 게, 그걸 권리로 여긴다는 자연스러운 사고가 무척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히 취업에 있어서 자신이 나이나 성별, 종교나 아이의 유무로 해당 일자리를 못 얻거나 침해를 받았다고 느낀다면 역시 회사를 상대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이때 증거를 스스로 수집을 해야 한다는 게 어려운 부분이지만 적어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라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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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는 역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나치정권 시기였다. 도대체 왜. 왜 사람들이 나치를 뽑아서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으며, 그의 말을 따랐는가. 불편한 이야기지만, 자신들의 과오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그걸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부분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이웃 나라와 비교가 되기도 하고... 독일 사람들은 희생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 곳곳에 기념비를 세우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그때 그 일을 기억하기 위해, 후 세대에 전하기 위해 배운다. 그런 점들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우리나라의 역사를 잘 알고 우리 아이들에게 잘 가르쳐야지, 다짐을 하기도 했다. 역사를 바로 아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으니까..

이어지는 내용은 독일 통일이 되기까지의 과정, EU가 형성되고 거기에 참여하는 국가들, EU로 인한 이점들에 대해 배웠다. 세 번째 파트인 사회는 이전 테마에 비해 가벼운 수준이었다. 다른 형태의 가족문화, 남자와 여자의 역할 및 동등한 권리, 독일의 교육 시스템, 함께 사는 사회의 모습과 종교 다양성 등. 내용도 내용이지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독일에 산다면 알아야 할 내용

처음에 Orientierungskurs를 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는 귀찮기만 했고, 임신으로 몸도 점점 무거워지는데 매일매일 4시간씩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게 까마득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듣다보니 과연 독일에 산다면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결국 독일 사회에 통합 되어야 하니까, 이 사회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야 하기에 미리 알고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어를 많이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교류를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이번에 알게 된 친구 중에 한 명은 독일에 온지 9년정도 됐고 지금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였는데 정말 독일인처럼 언어를 잘 구사했다. 독일 사회에 잘 통합되는 핵심은 언어구나, 그 친구를 보며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시험에 도움이 될만한 어플. 두 어플 다 똑같은 문제가 담겨 있다.

참. 마지막 날에 이뤄지는 시험은 너무 쉬워서 허무할 정도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사지선다형 33문제를 푸는 것인데, 수업을 잘 듣는다면.... 시험 전 핸드폰 어플로 예상 310문제를 한번 풀어보기만 한다면 만점은 따 놓은 당상이다. 왜냐? 문제가 똑같이 나오기 때문에....^^ 수업에서도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어본다. 33문제 중 15문제를 맞으면 시험 통과고 시민권 신청을 위해서는 17문제 이상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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