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때 내가 하는 생각

1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달리면 알게 된다. 1km가 얼마나 먼 거리 인지도 알게 된다. 달리기가 이렇게 힘든데 왜 이 땅에 많은 사람들은 뛸까? 나는 왜 뛰고 있지?

달리면서 내가 왜 뛰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먼저 체력을 키우고 싶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작년 3월 첫 아이를 출산하고 8월부터 주 3회씩 뛰기 시작했다. 11월까지 열심히 뛰다가 독일에 겨울이 오고 쭉 쉬었다. 올해 3월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지난 5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출산을 경험했던 것이 정말 컸다. 마치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같은 강렬한 경험이었다. 체력이 위기의 순간에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건강한 몸을 갖고 사는 게 다른 그 무엇보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14시간 진통을 겪는 중에 뼈가 저리게 느꼈다. 아기가 5개월이 되기도 전에 저녁이면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밖으로 나가 달렸다. 

달리기에 많은 장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달리는 중에는 그런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만큼 힘들기만 하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제멋대로 움직인다. 한참을 뛴 것 같은데 시간은 더디게만 흐른다. 여기서 그만 멈출까, 속도를 늦추고 걸을까, 아니면 모른 척 끝까지 다려볼까, 내 몸의 상태, 나의 호흡에 집중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계. 작은 한계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한계를 경험하는 만큼 성취감도 큰 것이 달리기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목표했던 양을 채우고 나면 심장 한쪽부터 손가락 끝까지 짜릿한 느낌이 느껴진다. 아주 큰 일을 해낸 사람이 된다. 오늘의 육아 스트레스가 한방에 해결이다. 매일매일 같은 일상, 같은 노동을 하며 보이지도 느끼지도 않을 만큼 더딘 일과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작년 10월의 어느날 오후 7시, 달리러 아레나 가는 길. 벌써 이렇게 어둡다. 

 

집 근처에 벤츠 박물관과 벤츠 아레나가 있어 그쪽 방면으로 뛰고 있다. 워낙 길이 넓고 한적하기도 해서 달리다보면 다른 러너들을 종종 마주친다.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곁눈질로 자주 훔쳐보는 편이다. 저 사람은 자세가 좋네. 저 사람은 참 빨리 뛰네. 지나가는 러너들을 구경하다가 어떨 땐 하늘을 보며 오늘 날씨는 어떻네, 구름이 많네, 길가에 사람이 많네. 사람들과 길을 보고 또 본다. 그러다가 음악의 가사에 집중하며 들었다가 어떨 땐 공상에 잠기기도 한다. 

오늘은 어쩌다가 40분 달리기를 하고 있다. 절반 20분은 어떻게 무념무상으로 달렸는데 나머지 20분은 5분만 더 해봐? 5분만 더 해볼까? 하는 식으로 달렸다. 그러다가 35분이 되고 마지막 남은 5분. 이걸 다 완주했을 때 기분이 어떨까를 상상하며 묵묵히 달린다. 40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힘닿는 대까지 뛰자며 가볍게 시작했다가 아무 생각 없이 여기까지 왔다. 즐거움 일지 흥분 일지 모를 짜릿함을 느끼며 마지막 90초, 60초, 30초를 남긴다. 그리고 드디어 끝. 40분의 달리기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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