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거 한번 해보자! 유튜버 되기

독일에서 코로나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가고 있는 무렵이었다. 남편은 논문에 필요한 실험을 하느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고 나는 나 나름대로 코로나와 육아 스트레스를 달리기로 풀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무언가 부족했다. 사람들과의 연결이었을지도 모른다. 답답함은 자꾸만 쌓여가고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커져가는 중이었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기를 즐겨하는 남편은 이전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하나 만들었다. 자연과 풀, 나무, 농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는 뜻에서 만든 Leafyday. 뭔가 풀이 많은 초록 초록한 하루라는 느낌을 담은 듯하다. 그렇게 학교 오고 가는 버스 안에서 영상을 조금씩 편집해가며 하나둘씩 영상을 올리고 있다.

나는 뭔가를 시작하기가 굉장히 망설여졌다.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고 있어 내가 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이제 독일에서 얼마나 더 오래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긴 뭘 해. 남편이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으니 현실적으로 당장 짐싸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3개월이 더 남을지 4개월이 더 남을지 모를 일이다. 거기서 거기지만.

내가 한다면 뭘 하겠는가. 나는 찬양을 하고 싶었다.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고 녹음을 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아기를 낳고서도 교회에서 찬양 인도도 계속 해왔을만큼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갈망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그게 코로나로 막혀버리면서 이제는 비대면이구나! 를 깨달았달까. 그럼 녹음을 해야지,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장비가 필요한데. 재정이 없는데.. 독일에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물건을 또 장만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 들이 뒤섞였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이 문구가 나를 움직였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9월에도 내년에도 시작할 수 없겠다. 하고 싶은게 있으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의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콘덴서 마이크 세트를 사고.... 집에 있는 기타로 찬양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내 채널의 콘셉트는, '찬양하는 엄마'이다. 육아를 하느라 아기와 떨어져 있을 수는 없고, 나는 노래하는 정체성을 갖은 엄마이니, 엄마가 찬양하는 중에 아이가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촬영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하니가 가만히 내 무릎에 앉아있는 시간이 짧다. 그래서 녹음한 곡들 대부분이 많아야 두세 번 정도 불러보고 올리는 거라 음정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하니도 엄마를 뺏기는 꼴이니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할 것이고, 나도 뭔가를 하며 즐거움과 활력을 찾고 싶으니 우리 둘 다 괜찮을만한 중간 절충을 찾아가는 중이다. 일단 지금은 키를 낮춰 편안하게 부를 수 있게 하고 하니를 안고 딱 한 번이나 두 번 부르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하니를 안고 녹음하기.... 

 

남편이 채널에 올린 영상은 이런 느낌...! 

 

내가 내 채널에 올린 영상은 대충 이런 느낌이 가득하다. 오늘 아침에 찍은 따끈한 영상....! 

youtu.be/PJqfYp-IC7c

 

처음은 기타가 있으니 기타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걸 녹음해서 올려보자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시작 해보니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아닌 게 된다는 느낌이 왔다. 기타로 표현력을 하기에 너무도 한계가 있어 피아노가 절실했다. 대여하는 곳을 발견해 딱 세 달만 대여하기로. 30분 만에 결정하고 이틀 후 건반이 배달됐다. 

로직 프로 x 라는 음악 편집 프로그램도 처음 쓰는 거라 정말 모르는 거 투성이다. 어떻게 트랙을 추가하는지, 왜 한쪽 귀에서만 모니터링이 되는지, 리버브는 어떻게 넣는지, 음원은 어떻게 추출하는지.... 모를 때마다 검색으로 배우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중이다. 전체적인 소리 밸런스도 꽝이고 내 목소리에 맞는 톤도 아직 찾아가는 중이지만 새롭다. 새로워서 너무 재밌다. 너무너무 신이 난다. 하니의 낮잠 시간과 육퇴 후 내 모든 자유시간을 갈아 넣어, 예전처럼 소파에 누워 짬짬이 넷플릭스를 보거나 유튜브 보는 시간이 하나도 없어졌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 정도로 재미가 있다.

나만 재미있으면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는 내 찬양을 들어주는 분들의 마음과 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완성도가 있는 음악, 위로와 편안함을 주는 음악을 어떻게 잘 담아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다. 새로운 도전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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