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독일어로 곡을 쓰는 중이다

7월 초에 시작한 유튜브는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을 지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초반에는 의욕이 앞서서 콘텐츠도, 업로드도 대중없이 무조건 많이 하느라 바빴는데, 육아&가사와 어느 정도 시간과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어 지금은 주 1회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시간을 더 빼지 못하겠다. 박군이 9월부터는 집에서 논문 작업을 하고 있어서 작업실을 주로 꿰차고 앉아 있는 중이다. 논문이 제일 중요하니까.

작업의 과정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토요일 저녁 업로드를 하고 나면 주일 저녁은 자유의 상태로 저녁을 맞이하게 된다. 월요일부터는 어떤 곡을 커버할지 정하고 연습하고 가사를 외우다가 수요일 목요일쯤 mr을 만들고 녹음을 하고 금요일 토요일쯤 촬영과 편집을 진행한다. 

 

 

요즘은 자작곡에 온 시간과 에너지를 몰빵하는 중이다. 곡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지난 7월부터 줄곧 있었는데, 공책에서만 끄적이던 가사와 멜로디를 감히 업로드까지 가져올 수가 없었다. 그러다 도화선에 불을 지피는 일이 있었으니... 독일의 한 기독교 출판사와 인연이 닿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한인 분께서 내 음악을 듣고 음악 담당자에게 내 음악을 공유하게 되면서, 앨범을 내려면 자기 곡이 있어야 하니 앞으로 독일어로 곡을 많이 써보세요!라는 엄청난 조언을 하신 것이다. 

엄청난 조언이다. 내가 '곡을 쓴다'는 범위는 엄연히 한국어다. 한국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영어로도 곡을 쓰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했었지만.. 영어도 아니고 독일어라고라??? 참고로 내 독일어는 짧다. 하니를 임신하기 전까지 다행히 B2까지 끝내긴 했지만.. 그게 벌써 2년 전 일이라고요...^_^

 

 

하지만 묘하게도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하니를 재우고 책상에 앉은 날 저녁, 오래 묵혀두었던 곡 하나를 꺼내 무작정 독일어 성경책을 펼쳐들고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후렴도 만들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흔해 빠진 멜로디 라인이겠지만 독일에서는 먹힐 수도 있으니까<-하는 희망을 품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의 음악을 만들어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라 굉장히 어색하고 낯설고 또 (전라도 사투리로 하자면) 여러웠다. 듣고 또 들어봐도 항상 어색한 부분이 들리고 자꾸만 유치하게 들려서 참 낯선 시간이었다. 이런 곡을 업로드하다니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과 독일어 가사가 독일인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확신하기 어려워 긴장되는 마음을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올려야 할까'에 대한 내가 내린 답은 이렇다. 피하지 말자. 견디어 내야 배우는게 있다. 부족한 점은 나중에 더 보충할 수 있다. 그래서 올렸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았고, 출판사 쪽에서는 차기 앨범의 수록곡으로 내 곡을 넣을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보여줬다.

그래서 세상에 나오게 된 곡, Der Segen des Herrn 여호와의 축복

 

여기까지 오니, 떨림과 흥분이 멈추질 않는다. 그 기운을 몰아세워 두 번째 곡을 작업하는 중이다. 앨범에 곡이 수록이 되든 안되든 결과야 어찌 됐든 간에 이미 내 생각과, 내 사고가 달라졌으니 참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쉬이 사그라들 열정 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감사하게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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