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4권

p.235


서서히, 떠날 아침배를 타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들고 있다. 떠날 사람 전송 나온 사람 짐짝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산다는 것은 결국 오고 가고, 뱃길이든 육로이든 인생은 길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것인 성싶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저세상도 황천길 저승길이라 하지 않는가, 길이 있기에 시간도 있는 겐가. 탄생은 시간을 가르고 나오는 것, 죽음은 다른 차원의 시간으로 가는 것, 해서 정거장이나 부둣가는 대부분 비애스런 곳이나 아닐는지. 영원한 정착이 없듯 떠남도 영원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멀리 점철된 섬 위로 흰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날으는 갈매기처럼 삶 자체는 정착도 아닌지 모를 일이다. 존재와 길, 그 자체가 애처로운 모순 비극이나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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