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워터스, <핑거스미스> (2002)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2002년도에 영국에서 출간된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핑거스미스'는 동명의 이름으로 앞서 드라마화 되기도 했다. 영화 '아가씨'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가 재조명되는 데 흥미가 생겨 읽기 시작했다.

'핑거스미스'는 1860년대 런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상류사회, 그리고 거기에 대비되는 뒷골목 사람들. 결코 그 시대 사람들은 쓸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펼쳐나간다. 반전에 반전, 또 마지막 반전. 세 번 정도 반전이 나왔던 것 같다. 영화에서는 이 모든 반전을 담지는 못했다고 하던데, 영화보기에 앞서 소설을 먼저 읽어 다행인 것 같다. 설마하던 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가 다른 반전으로 이어져 정신이 쏙 빠진다. 모드가 정신병원에 들어가면서 이 작전이 이렇게 끝나려나 싶다가 난데없이 수가 들어가게 되고 이 모든게 모드와 젠틀맨의 개략인 줄 알았다가 그게 아닌. 또 젠틀맨조차 모르고 있었던 반전 사실도 마지막까지 소설을 놓지 못하게 했다.

수가 정신병원에 갖혀 자신이 속았다고 절규하는 모습에 대한 표현은 압권이다. 어느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한들 다들 수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가 좀더 냉정했다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매를 덜 버는 쪽, 즉 정상인처럼 보이도록 모드 행세를 하는게 옳았을까 잠시 고민이 됐다. 그렇게 한들 젠틀맨이 수를 꺼내주는 일은 없었을테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수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너무 긴박해서 나까지 긴장이 됐다. 

소설을 읽으면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나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작품들이 연상된다. 그만큼 빅토리아 시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숙녀들의 옷이며 생활모습, 장면에 대한 묘사에 사실성을 불어넣는다. 그림 그리듯 섬세한 묘사도 한몫 한다. 1부, 2부, 3부 각각 시점을 달리해서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감정 묘사가 잘 느껴진 것 같다. 6-8시간짜리 장편 영화를 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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