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자전거 출퇴근 1일차] 환상은 없었다.

몇 주 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동안의 바쁜 일들이 모두 끝나고 오늘에서야 첫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다. 사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쉽게 시작을 못 했던 것도 있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난 뒤 느낀 것은 '환상은 없었다.'이다. 그러나 그 환상이 벗겨진 뒤 마주하게 되는 것들을 얻었다.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정확하지 않은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자전거로 캄보디아를 여행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었고 캄보디아 자전거 여행을 생각했을 때 명확하지 않은 그저 어떠한 환상이 있었다. 뭔지 모를 기대감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나를 흥분 시켰다. 그렇게 오늘 아침 6시 반에 나는 힘차게 페달을 밟아 출발을 했다.



구글맵 상에서의 거리는 편도로 32.5 km이니깐 평균 시속 20 km로 달렸을 때 1시간 반이면 도착할 것이라 예상을 했다. 다만 지금의 내 체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조금 없었다.


프놈펜을 빠져나와 약 10 km 정도를 달렸을 때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그때부터 시속 20 km를 유지하는 것이 조금씩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머릿속은 온통 잡생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이 좋았다가도 힘들게 왜 이런 고생을 하는지 또 내가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지 등의 생각들이었다. 그러면서 마라톤 선수들이 시속 20 km로 2시간 이상을 달린다는 것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고 주변에 알고 있는 자전거 여행자들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1시간 40분 동안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아 재단 농장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농장에 도착했을 때 나를 본 앞집 아주머니는 놀란 눈을 감추지 않았다. 그저 자전거 타고 출근한 것에 대해 놀란 눈으로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인사를 하셨다.


오늘 할 일들을 열심히 하고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은 후 잠으로 체력을 보충했다. 퇴근할 때가 되어 출발하려고 하니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의외로 출근할 때보다 덜 힘들게 왔던 것 같다.



총 출퇴근 거리 67.12 km


퇴근길에는 더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고생을 할수록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왜 많은 사람들이 도보여행이나 자전거 여행 같은 힘든 여정의 여행을 오랫동안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한국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캄보디아에 와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이 시간을 보낸 적이 많이 있었다. 물론 때로는 아무 생각이나 고민 없이 쉬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것이 과해서도 안될 것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좋은 점: 차보다 느리게 가기 때문에 사람들의 표정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안 좋은 점: 힘들다.

좋은 점: 지나가는 아이가 밝게 인사해준다. 

안 좋은 점: 힘들다..

좋은 점: 단상과 사색을 많이 하게 된다.

안 좋은 점: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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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것 같았던 퇴근길도 뿜어져 나오는 많은 단상들 덕분에 순식간에 지나간 듯했다. 속도계를 개의치 않고 가다가 가끔씩 속도계를 볼 때면 10 km씩 지나가 있었다. 그리고 힘들지만 내가 계속 페달을 밟으면 언젠간 집에 도착할 것이 분명했다.



집으로 오는 내내 뜩동(야자수)이 마시고 싶었기 때문에 집 근처에서 뜨러째악 뜩동(시원한 야자수)를 사 마셨는데 그 맛은 정말 최고이다. 더운 날 기운 차리게 해주는 데는 코코넛이 최고라고 하던데 정말 마시는 순간 기력이 다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고 언젠가는 체력적으로 거뜬히 자전거 출퇴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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