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1897) 존재의 기쁨을 느끼고 싶을 때

앙드레 지드의 정신적 자서전이라고 평가되는 <지상의 양식>. 읽고 금방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아름다운 구절들이 넘쳐났다. 그것만이라도 쓰자 싶어서 적어둔 것이 12장. 아름다운 표현과 가치들이 한상 푸짐하게 차려진 지상의 양식이다.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여행기도 아니다. 편지도, 시도 아닌 저자 앙드레 지드의 의식의 흐름이다. 삶에 대한 찬양과 노래이다. 삶이라는 경탄할만한 기적을 제대로 찬탄하지 못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노래이자 조언이다. 나는 이 조언을 마음에 새겨두고 싶어서 적고 또 적었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그대의 머리가 피로한 것은 모두 잡다한 그대의 재산 때문이다. 그대는 자신이 그 '모든 것들 중' 어느 것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리하여 그대는 삶만이 유일한 재산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피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에너지는 온갖 것들을 위해 사용하면서,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해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나도 그랬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선택에 선택을 거듭해 추려진 몇 가지에만 집중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금도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삶만이 나의 유일한 재산임을 깨달으면서.


"바닷가의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

나는 이 구절이 너무나도 좋아서 두번 세번 적고 소리내서 읽어보았다. 책에서 읽기만 한 지식들은 온전하지 못하다. 나는 경험해보고 싶다. 내 피부로 바람을 느껴보고 싶고 내 눈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싶다. 세계는 넓다지만 내 의식속의 세계는 경험한 것으로만 가늠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직접 느끼며 깨달으며 내 의식속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들은 대로 적어보고 싶어졌다. 기대감과 기쁨에 차 내 정신은 더욱 또렷해졌다.

옮겨적고 싶은 글귀들, 찬찬히 읽어보았을 때 감미롭게 다가오는 글귀들이 아직 공책에 빼곡히 적혀있다. 100년이 훨씬 넘은 지금, 저자는 내가 한권 한권의 책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는 동안, 수많은 책들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이 시간에 나에게 와 닿았다. "모든 것은 존재하기를 좋아하고 모든 존재는 기뻐한다. 그 기쁨이 단맛이 들면 그대는 과일이라 부르고 그 기쁨이 노래가 되면 새라고 부른다." 내 존재의 기쁨으로 터져나오는 것은 무엇일까. 삶은 놀라운 기적이다.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