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자 자꾸만 부추기는 책 - 최갑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빼곡하지 않아도 멋스러운 책이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것이 있다. 가끔씩은 말하듯 읽히기 쉬운 책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편해지자, 여행가자, 슬며시 장려하는 책, 최갑수 여행작가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이 그렇다.




최갑수 작가는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본 것을 글로 남기는 사람이다. 책에 담긴 그가 찍은 사진을 보니 참 고즈넉하고 따뜻하다. 사진을 담는 사람의 마음도도 그럴까. 작가가 적은 글도 과하게 감성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흘러가는듯 자유롭지만 간결하게 마음을 담은 느낌이다.


포스팅에 도움이 될까 해서 그가 한 인터뷰를 찾아봤다. "여행은 세계를 읽는 행위, 그러니까 세계에 대한 독서. 그러니까 취미가 아닌 습관"이라며 "페이지를 넘기듯 길을 가고 밑줄을 긋듯 사진을 찍고, 책깔피를 끼우듯 길 위에 머문다"고 했다(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22512 발췌). 멋진 표현이다. 세계는 흥미로운 책, 여행은 독서로 표현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한 말과 비슷하다. 



"세계는 한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읽을 뿐이다

(The world is a book and those who do not travel read only one page.)"



나는 이 세상이라는 책의 어느 부분을 읽고 있을까.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를 붙잡고 읽은 부분을 자꾸만 반복해서 읽는것 같기도 하다. 다음장이 궁금하긴 한데 이런 저런 상념이 현재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최갑수 작가가 썼던 여행 에세이 목록을 쭉 살펴보다가 참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2007년에 출간한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자유가 달콤하게만 보이던 시절, 고3때 단짝친구가 슬그머니 자유여행 티켓주듯 선물해준 책이다. 수없이 밑줄을 그어가며 작가가 담은 사진과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홀연히 떠나는 여행을 선망하기도 했던 것 같다. 십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작가를 만나다니. 그동안 세상풍파에 쩔어버린 내가 순수했던 그때의 나를 만나는 것 같은 수줍음이 느껴진다.


작가는 여행 에세이를 참 많이도 썼다. 여행하면서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모두가 부러워할만 하다. 마냥 좋게만 보이는 모습이면에 고통이야 있겠지마는 그가 행복한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 만은 분명하다. 라오스에서 머무른 루앙프라방이 너무 좋아 15일간을 더 머물면서 느꼈던 생각, 담았던 사진을 정리해서 책 두권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것이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이다. 2주를 머무르면서 책 두권을 썼다니. 그렇게 보면, 여행은 오래한다고 해서 그만큼 많은걸 보는 것도 아니다. 보는 사람의 감성, 느낌, 생각에 따라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책을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지금 나의 1년간의 캄보디아 생활로 보고 느낀 것들을 10권이라도 쓸 것이다. 물론 나 말고. 글 잘쓰는 작가였다면 그랬겠지. 아, 아쉬워라 나의 부족한 말주변이여. 지나간 7개월은 나름의 적응기였다 생각하고, 남은 5개월. 지금 이순간의 아름다운 캄보디아를 글과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습이라도 해야지.




>> 최갑수 작가가 밑줄 빼곡히 그어가며 읽은 책들 ...의 일부!


후지와라 신야, <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레너드 코헨, <Anthem>

에쿠니 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

안자이 미즈마루, <안자이 미즈마루: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메리 울리버, <완벽한 날들>

레몽 드파르동, <방랑>

헬리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가오싱젠, <창작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박지원, <열하일기>

올리버 색스, '뉴욕타임즈' (2015.2.19)기고문 "My Own Life" 

제프 다이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샨사, <바둑두는 여자>

발터 벤야민, <도시의 산책자>

베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레이먼드 카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나가오카 겐메이,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후지와라 신야, <인생의 낮잠>

히라노 게이치로, <TED x Kyoto 2012>강연

오르한 파묵, <작가란 무엇인가>

다치바나 다카시, <청춘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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