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자전거 여행 1> 보고 들은대로 느낀대로 기록하기

김훈 작가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김훈은 겨우 쓴다." 겨우 쓴다니. 본것을, 들은 것을, 느낀 것을 사실적으로 머릿속에 그리듯 생생하게 표현해내는 분이 겨우 쓴다니. 억울하다. 우리 부부는 몇달 전 자전거를 장만하고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했었다. 몇번 타보고는 후기 비슷한걸 글로 남겼다. 그리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을 들었는데 우리가 쓴 글이 좀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로 표현과 비유에 탁월했다. 문장을 베껴쓰고 노트에 옮겨담으면서 이렇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했다. 그랬는데 겨우 쓴다니, 이분의 머릿속엔 어떤 넘어야할 산이 있기에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

좋은 표현과 깔끔한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다. 작가는 자두를 보고도 경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어느 책에서 봤는데, 김훈 작가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같은 자전거 패달을 밟으면서 다른 것을 보고 느낀다. 작가란 이런 사람이구나, 경이로움같은 것을 느꼈다.

책장은 수월하게 넘어가진 않았다. 적어두고 싶은 글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꽃을 묘사한 부분이라던지 한강을 비유한 표현도 그렇고, 친구 김용택 시인의 분교에 찾아가 17명밖에 되지 않는 전교생의 모습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나도 같이 그걸 상상하며 읽느라 그랬다. 독자에게 좋은 상상할 거리를 던져준다. 재미가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고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샘솟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달전 캄보디아로 파견된 단원을 대상으로 음악치료 비슷한 세션을 맡은적이 있었는데 나는 8월 한달동안 내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무슨 활동을 하면 좋을지, 어떤 음악을 쓰면 좋을지, 어떤 톤과 자세로 사람들을 맞이하면 좋을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수없이 상상에 매달릴 수 있었다. 자전거 패달을 힘차게 밟아가면서 생각의 회로도 탄력을 받아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기분 좋은 에너지였다. 자전거를 멈춰 세워놓고 머릿속에 아무렇게나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얼른 녹음기에 받아놓은 적도 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김훈 작가도 자전거 패달을 밟으면서 본 것들을 깊이 생각하면서 이런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되새김질이라고 하자. 깊이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기록하는 글에는 힘이 있다. 내공을 쌓으려면 멀었지만 오늘도 바다에 조약돌 하나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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