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며 유튜브하며 사는, 일상 이야기

하니와 오후 내내 놀아주다가 잠시 짬을 내어 노트를 펼쳤다. 오늘같이 우중충한 날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바깥에 나가고 싶은데 비는 떨어지고.. 집에서의 시간은 어찌나 이리도 더디게 흐르는지. 하니와 있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데, 시간을 죽이기가 일쑤다. <만들기-책읽기-정리하기-노래부르기-간지럼태우기-미끄럼타기-비행기 태우기>까지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도 아직 한참 시간이 남았다. 지금은 조금 억지스럽게 책상에 앉아 나는 글을 쓰고 있고 하니는 계속 내게 그림을 그려달라 요구하는 중이다. 계속 요구하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하니 스스로 어떤 놀이에 몰두할 때가 있다. 나는 그때가 최대한 느리게 지나가기를 마음 졸이며 아주 찰나의 자유(30초 일지 1분 일지.. 혹은 운이 좋게 5분이 될지)를 즐겨본다. 하니의 눈치를 보며...

가끔 하니랑 놀고 있다가, 부엌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거실 문을 여는 남편과 마주하면 마치 구원자라도 되는양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남편에게 '논문은 잘 되어가?', '오늘은 조금 썼어?'라고 묻는데, 남편을 압박하려는 것 보다는 순전히 내가 수다를 떨고 싶어서이다.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싶어서이다. 심심해서 자주 그렇게 묻는다.

육아 퇴근을 간절히 기다린다. 매번 하니를 재우다 같이 잠에들어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버려 심히 안타깝지만, 그래도 간절히 기다린다. 잠을 들쑥날쑥 초저녁부터 자다 일어나가, 나름 개인 시간을 보내다가 요즘은 새벽 2-3시에 잠이 드는데, 어쩜 그렇게 매번 그렇게 하루가 가는 것이 아쉬울 수가 없다. 내일도 하루가 시작하는구나. 

뭘 읽을까 고민하는 우리집 1호 :)

 


 

요 며칠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유튜브 업로드/댓글 걱정을 했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잠을 들쑥날쑥 잤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피곤하고 지쳤다. 지난 1월은 내 인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한 달이었기에 내 정신도, 내 몸도 조금은 지쳤다. 남편은 이제 논문 마무리를 코 앞에 두고 있고 가족과 산책 한번 하기가 어려워져 나의 정신적인 환기, 휴식도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는 중이다. 어서 논문이 끝나 함께 산책이라도 마음 놓고 할 수 있길, 장보기라도 편히 할 수 있길 바라며 이 시간을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버티는 중이다. 

정신상태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임신 때문인지 이 상황 때문인지, 몸과 정신이 예전같이 활기차지가 않다. 둘째를 임신한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하니는 점점 자아가 강해지고, 밖은 추워지고 눈은 몰아치며 남편은 너무 바빠서 잠 잘 시간도 없기에 가정에 자연히 시간을 덜 쓰고 있다. 놀랍게도 이 와중에 구독자 수는 점점 많아져 문의는 점점 많이 받고 있으며.. 간혹 보이는 댓글, 다분히 악의적인 댓글들도 늘고 있다. 이 모든 걸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악의적인 댓글에 대해서는 내 마음가짐을 고쳐먹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안 그래도 지적과 평가에 민감하다. 스스로를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로서 업로드를 앞두고 이것도 부족해보이고 저것도 별로인 것처럼 들리기에, 한번 업로드를 하고 나면 눈을 부릅뜨고 악플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심리랄까. 그렇게 해서 가끔 악의적인 댓글을 읽게 되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정말 맞는 말이군!'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어딘가 꼭 기록해두고 싶은 이상한 마음까지 든다. 

좋은 말보다 나쁜 말만 골라 마음에 새기려는 내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아니 왜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걸까. 나는 이 정도는 아니야, 라는 생각이 너무도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들여야 할 것 같다. 내 찬양을 들어주고 삶에 회복이 있었다고 고백해주는 많은 분들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마음에도 잘 안 새겨지면 공책에 적어두고, 읽고 또 읽으며 스스로에게 다정한 포옹을 해줄 필요가 있다. 격려의 박수를 스스로에게, 날카로운 비판을 접어두고..

 


 

이런저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유튜브에 업로드할 찬양을 준비하고 촬영하고 녹음하는 과정만큼은 여전히 기쁘고 감사한 것이 놀라운 은혜다. 이번 주는 업로드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까도 생각했다. 남편이 논문 제출일을 코앞에 두고 있어 예전처럼 촬영과 편집을 부탁하기가 곤란했다. 매주 작은방에 있는 건반을 거실로 나르고, 거실의 소파와 주변 물건을 정리해주며, 촬영하는 동안 하니를 달래주고, 이후에 편집을 해주기까지... 남편이 맡은 일이 너무 많다. 남편이 아니었으면 그동안 찬양은 세상으로 나오지 못했을게 분명하다. 

남편과 얘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찬양을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이 시간만큼 오롯이 행복한 나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시간과 정성을 들이자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번 주는 건반 이동 없이 작은방에서 핸드폰 하나 켜놓고 라이브로, 원테이크로 쭉 촬영하기로. 넓고 멋진 배경도 아니고 원테이크라 영상의 느낌이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찍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이번 주에 업로드할 '행복'이라는 제목에 걸맞게도 마음에 행복이 가득 차오르는 촬영이었다.

행복 :)

화려하진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비록 짧은 작은 삶 주 뜻대로 사는 삶. 우리 가정이 그런 삶을 살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한없이 작고 부족하지만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어서 이번 주도 행복한 한주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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