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2. 02:2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우리 부부에게 최근 가장 큰 문제였던 보험 문제도 해결되고 더할나위 없이 마음이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요즘 작년과 달리 선선하고 기분좋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하루하루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걸 느낀다. 어학공부도 목표했던 B2까지 마쳤고 부모님과 2주간의 유럽여행도 끝이 났다. 이쯤 뭔가 새로운 걸 해보리라 년초에는 기대했던 바가 있었는데 지금은 쉬는데만 열중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에게 새식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두줄이 의미하는 것 지난 7월 중순쯤 생리예정일을 앞두고 난데없이 울렁거리는 증상이 느껴졌다. 이거... 몇 번 느껴봤던 증상인데. 목 뒤가 쌔해졌다. 고이 모시고 있었던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결과는... 희미한 두 줄. 기쁨과 환희보다는 아... 이거 어쩌지, 이런..
2018. 9. 14. 03:3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믿기지 않지만 오늘, 저녁을 시점으로 가장 바래왔던 방법으로 AOK와의 보험 문제가 해결됐다. (일단 소리질러!!!!!!!으아아아아!!!!!!!!!!!) 먼저 어제 원래 가기로 했던 병원 진료는 AOK와의 보험 문제가 얽혀있음에도 강행. 다녀왔다. 워낙 중요한 진료이기도 했고 예약을 잡고 무려 6주나 기다렸기 때문에 이번에 가지 않는다면 그 이상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예약 후 한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보험카드를 보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휴...) 이미 몇번 방문했던 진료 기록이 이미 있어 순조롭게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일을 도와주시기로 한 권사님과 함께 AOK 고객센터를 방문했다. 우리가 지난주 방문했을 때, 학생보험 전체 철회를..
2018. 9. 10. 18:2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더니 그 안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툭 튀어나왔다. 지난 1년동안 독일에 거주하면서 속 시원하게 해결된 적이 없고 해결되지도 않은 채로 질질 끌어왔던 문제, 보험이다. 비자 연장 신청을 위해 이제는 보험문제를 곪은 상태로 두지 않으리라 하고 보험회사에 찾아갔던 8월 중순은 판도라의 상자의 뚜껑이 열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나의 최악의 기준이 점점 더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보험의 전체 취소. 학생보험으로 들었던 작년 11월부터의 내 기록과 남편의 기록을 전체 철회 시켜버린 것이다.작년 학교 입학이 불발되고 나는 즉시 보험회사를 찾아갔다. 학교 측에 철회 입장을 밝히기도 전에 나는 보험에 계속 가입한 상태로 있을 수 있는지, 일단 학생보험으로 발을 들여놓았으..
2018. 7. 28. 22:4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내가 월식하고 일식의 차이점도 모르고 살았던 것은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학을 배웠던 게 아주 오래전 일이라 (문과생입니다) 가물가물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별 관심이 없고 땅에 속한 일에만 열심이었다. 일하고 먹고 자고 또 과제하고 이런 것들. 그런 내가 독일에 와서는 발코니에 앉아 월식이 일어나는 달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여름엔 꽤 시원하다고 하는 독일이지만 잠 못 이루도록 후덥지근한 날도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발코니에 앉아 달을 구경하면서 가끔 불어주는 바람을 맞으며 열을 식혔다. 하늘에 달이 떠있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시껌시껌했다.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열로 나란히 서 있어서 달빛이 완전히 가려지는 모양이다. 발코니에서 몸을 식히고 ..
2018. 7. 27. 04:5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어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한적한 저녁. 남편과 함께 발코니로 나왔는데 건너편에 보이는 집의 지붕에 접시만한 달이 걸려있다. 아주 동그랗고 말갛게 노란 달이 손에 잡을 듯한 거리에 놓여있다. 그래, 이 정도면 뭔가 써 볼만 하겠어 하고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두드리다가 무심코 다시 달을 쳐다봤는데 그 사이에 동그란 달이 지붕 끝에서 하늘 위로 올라섰다. 아주 짧은 순간, 달하고 지붕하고 멀어진 거다. 찰나는 왜 이렇게도 짧은 건지.눈으로는 현상을 목격하지만 그걸 글로 옮겨담기에는 쉽지 않다. 방금처럼 현상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글로는 옮겨담기 어렵고 그걸 묘사하기에는 글빨의 한계가 느껴진다. 볼 때는 쓱 보고 쓸 때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 아주 극히 일부를 옮기는 것과 같다. 내 식의 필터는 많..
2018. 6. 1. 07:0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폭풍같이 감정이 요동 쳤던 2월에 내게 큰 힘이 되었던 책 속의 구절을 다시 펼쳐보았다. 6월의 첫날이 곧 시작된다.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내게 주어진 날들을 감사하면서 잘 살아봐야지. 지난주에 다녀온 튀빙겐. 아름답다. :) "슬픔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모습으로 눈 앞을 가로막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믿어야 합니다.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것을. 결코 그 손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고통은 치유될 수 있다. 고통은 통찰력을 심어 주고, 생의 아름다움을 회복시키며, 우리를 재생시킬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딱지가 벗겨져야 새살이 돋는다. -마크 마토우세크 아래는 모두 '도대체' 작가의 에서 기록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