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 15:3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어제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EBS 다큐를 하나 보고 잤다. '나를 찾아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프로였는데 나는 그중에 3부, '시간과 불안'이라는 주제를 봤다.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아침저녁 혹은 새벽까지 마다하지 않고 일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나왔는데 그 모습이 대부분의 전형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라 찡하면서 공감이 많이 됐다. (EBS 다큐, 나를 찾아라 '시간과 불안' https://www.youtube.com/watch?v=pSOFGy8mN-o)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작년 6월까지만 해도 스트레스를 팍팍 받아가며 일을 했었고 7월 이후로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놀고 먹은지 이제 벌써 8개월이나 됐다. 처음 두달 정도는 주체할 수 없는 시간에 마냥 좋았던 것 같다. 업무의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되고 ..
2018. 3. 2. 01:34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남편이 없는 집에서 나는 무엇을 하나 남편의 페루로 2주간 집을 비운 동안 나의 패턴은 이러하다. 먼저 6시 반 기상. 씻고 나갈 준비를 한 뒤에 책상에 앉아서 아침으로 빵먹기. 밥 먹고는 글을 조금 쓰다가 책가방을 챙겨서 어학원으로. 나가기 전에 문 앞에 서서 몇번이고 열쇠와 지갑을 확인하는건 아침마다 하는 행사다.집에서 학원까지는 걷는 시간 빼고 30분 정도. 열차 안에서는 대부분 멍 때리며 가지만 의욕이 넘칠때는 독일어 방송을 들으며 간다. 학원에 도착하면 9시. 9시부터 1시 15분까지는 쭉 독일어 수업이 진행된다. 9시에 시작한 수업은 11시에 마치는데 끝나고 30분간 쉬는 시간을 보내면서 바나나 하나와 귤 하나를 먹는다. 어떤 친구들은 샌드위치를 먹거나 과자를 먹기도 하는데 나는 바나나 하나,..
2018. 2. 22. 06:0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남편이 페루로 가고 나서 나는 한동안 금단 증상을 겪었다. 늘 함께 있던 사람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이렇게 난감한 일이다. 나는 아무도 없는 빈 방을 서성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부엌에 한번 안방에 한번 거실에 한번 작은 방에도 한번. 볼일이 있는 사람처럼 아니, 해야할 일을 까먹은 사람처럼 부산하게 왔다갔다. 집 밖을 나가야 할 때는 시동을 거는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독일에서 열쇠를 잃어버렸거나 집에 두고 나간다면 그것만큼 재앙이 없으므로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들어간다) 호주머니에 열쇠를 넣어 놓고도 몇번이나 손으로 만져보아야 한다. 교통카드도 빼놓을 수 없다. 교통카드를 제대로 챙겼는지 두번 세번 확인하고 문을 닫기 전에 한번 더 만져보고 닫는다. 집 열쇠는 나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2018. 2. 19. 06:44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한 달간 글을 못 썼다. 그 사이 나는 두번째 유산을 겪었다. 첫 유산 후 일년만에 테스트기 빨간 두 줄을 보게 됐는데 그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6주쯤 됐을까. 산부인과에 걸어둔 예약일이 채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조금씩 출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놈의 출혈. 작년에도 나를 괴롭히더니 이번에도 나쁜 징조로 사인을 준다.산부인과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대형병원 응급실에만 세 차례. 세 번째 방문에서 유산을 거의 확진받고 수술로 자궁 내 아기집을 제거할 건지 약물로 할 건지 정해야 했다. 작년에는 수술로 했으니 이번에는 최대한 자궁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약물로 하기로 하고 약을 받아온게 지난주 수요일. 자궁을 수축하는 약을 3일간 복용하고 정말 죽을 것 처럼 아팠다. 뭔가 나오긴 했다던데 아직 피가 다 ..
2018. 1. 21. 18:1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1월은 남편에게 있어서 고난의 행군이자 암흑과 같은 날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달이다. 유학 후 첫학기 마무리를 맞이하여 시험과 발표가 줄지어 몰려있는 까닭이다. 수업을 듣는 과목마다 발표며 시험이며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기에 요즘 남편은 날마다 괴로워하고 있다. 누워있는게 가장 좋은데.... 일어나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ㅠㅠ (남편의 동의를 얻고 사진 올림!)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짠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되지 않는 영어로 뭐든 해보려고 발악하는 모습은 연민을 절로 불러일으키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은 때론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이건 나 혼자 보기 아까울 지경.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성을 잃어버린다던데 날마다 정신줄을 붙잡고 고분군투하는 모습이란..나는 소파에..
2018. 1. 14. 03:0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어학원에 돈을 쓰는게 망설여졌던 나는 학교 입학이 좌절되고 나서 과감하게 어학원 등록을 결단했다. 어차피 학교 등록금보다 훨씬 저렴하기도 하고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 이곳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어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하고 나서 슈투트가르트에서 제법 규모있는 어학원 두군데에 연락을 취했다. IFA라는 사설학원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 부설 어학원으로 알려져있는 도이치콜렉(Deutschkolleg). 일단 두군데 모두 컨택은 했는데 내가 결정해야 할 부분은 '어느 레벨로 들어갈 것인가'였다. 이런 고민 하는게 부끄럽다... 난 너무 나를 믿어버렸어 나는 지난 9월달에 3주간 남편의 학교인 호헨하임 대학교(Hohenheim Universität) 부설 어학원에서 A1.1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