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5. 16:20 탄자니아, 잔지바르
이틀 전 밤, 자다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종아리 근육 수축 때문인지 걷는 모양이 불편했다. 왼쪽 종아리 근육이 심하게 뭉친 것 같은데 나는 마사지에 영 소질이 없어서 내 근육인데도 주무르는 폼이 시원치가 않다. 하는 수 없이 오늘은 걷기를 하루 쉬기로 했다. 요즘 매일 50분씩 3km 정도 수준으로 느릿느릿 걷는 중이다. 걷는 속도가 무척 느리지만 몸이 무거워 그것마저 무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걸은지 30분 정도 지나면 벌써 걸음이 느려지고 호흡도 가팔라진다. 겨우 3km를 채우고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 들어오면 아침인데도 피곤함이 몰려온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데 이 정도도 안 걸으면 정말이지 사람이 아니지. 그렇지만 산책을 나가는 날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종종 나는 사람답지 못..
2022. 8. 29. 17:16 탄자니아, 잔지바르
1. 뜻밖의 이사 잔지바르에 오고 우리가 살게 된 첫 번째 집은, 고양시 신혼집-캄보디아 프놈펜-독일-다시 한국 보길도 등등 여러 집을 경험해본 우리에게 가장 좋은 컨디션의 집이었다. 이렇게 좋은 집에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탄자니아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했다. 별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지낸 우리 가족에게 찬물을 끼얹은 일이 생겼으니.... 쿵쿵 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아래층 젊은 부부의 항의였다. 충격이었다. 로이는 심지어 아직 걷기도 전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에 와서도 층간소음으로 마음 졸이게 될 줄 상상하지 못했다. 뛰어다니는 하니를 조심시켜 보기도 하고 우리도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노력을 들여봤지만, 주말 오전(!!!)에 하니와 하니 친구가 가볍게 노는 중에도 시끄럽다는 컴플레..
2022. 3. 3. 16:46 탄자니아, 잔지바르
남편에게 우리 가정이 앞으로 3년간 잔지바르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구글이 내게 보여준 잔지바르의 이미지는 휴양지 그 자체였다. 푸르른 바다와 새하얀 모래사장. 우거진 나무와 파란 하늘. 하지만 멋진 이미지 이면에는 늘 현실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우리가 1년간 살았던 캄보디아 프놈펜을 떠올리며 개발도상국가의 이미지를 되돌이켜봤다. 막상 이곳에 도착하고 보니 구글이 내게 먼저 보여준 휴양지의 느낌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개발도상국가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잔지바르 살이 2개월 차가 보는 이곳의 짧은 인상 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어려운 점 + 1. 인터넷 속도 실화인가 인터넷 공급업체는 몇 군데 되지 않은데, 그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로 서비..
2022. 1. 12. 06:22 탄자니아, 잔지바르
우리 가족은 지난 2021년 12월 21일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잘 도착했다. 이곳에 온 지 이제 3주가 되었는데, 그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우리 식구만 낯선 환경에 맡겨진 게 아니라 남편과 함께 파견 나온 두 자매 간사님 들이 계셨고, 집과 사무실을 빨리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잠시 우리 집에 머문다는 것이 동거기간이 꽤 길어졌다. 지금은 두 간사님들이 이사했지만, 아직 비자가 나오지 않아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집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는 중이다. 도착하자마자 나부터 시작된 감기몸살이 온 집안 식구들을 휘젓고 지나갔다. 나는 그야말로 끙끙 앓으며 침대에서 성탄절을 보냈다. 한국에서 가져온 종합감기약 한통을 오자마자 다 먹었다. 나는 왜 한통 밖에 ..
2021. 11. 10. 09:19 2021년 한국
로이에게 분유를 먹이는데 이마가 심상치않게 뜨겁다. 열을 재보니 39.2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설마 수족구? 하니가 수족구로 3박 4일을 입원하고 오늘 퇴원했는데..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급히 해열제를 찾는데 어디에 뒀는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하니 감기 때 친정집에 분명 사둔것 같은데 그게 보길도 집이었는지 헷갈린다. 약국에 가느냐 병원에 가느냐 잠시 고민하다가, 택시를 불러 로이를 안고 급히 병원에 갔다. 문진 결과 수족구… 수족구가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며, 로이가 아직 너무 어려서 수족구가 더 심하게 오기도 하니 입원을 권유하셨지만 병실이 없어 집으로 왔다. 다행인지.. 오늘밤마저 병실에서 잤다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10월 초 감기로 시작한 병치레가 이렇게나 길어지다니. 이제는 ..
2021. 11. 7. 22:54 2021년 한국
냉장고 두대가 시끄럽게 웅웅 거린다. 좁디 좁은 병실 베드에 몸을 구겨넣어 하니 옆에 누웠다. 함께 누운지 두 시간이 다 되도록 하니는 잠들지 않았다. 웅웅거리는 냉장고 소리가 너무 커서인지, 잠들 기색이 전혀 없는 하니 때문인지, 나는 숨막히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여길 나가고 싶어졌다. 24시간 병실에 갖혀있었다. 하니를 계속 보는게 힘들다. 로이와 격리를 위해 입원을 결정한 것이 잘못 되었다고 느껴졌다. 로이가 급성폐렴으로 일주일을 입원하고 퇴원한지 3일만에 하니가 수족구로 다시 입원했다. 하필이면 병실도 로이가 썼던 516호 그대로다. 시끄러운 냉장고 소리가 거슬려 잠들기가 힘들었던 그 병실이다. 너무나도 큰 소음에 이제는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올바른 생각이 어렵다. 어제는 같은 병실을 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