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7권

p.106
드디어 말아놓았던 지나간 세월은 풀어지고 연못가 그 자리로 돌아온 서희와 봉순이는 한 사내를 의식 밖으로 몰아내 버린다.

p.205
기화는 바닥에서 스며든 차가움에 몇 발짝 발을 떼어놓곤 한다. 차츰 기화는 부처님 존재를 잊어가고 있었다. 그의 는에는 소복한 서희 뒷모습만 보인다. 금봉채에 진주를 박은 국화잠이 쪽머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유연한 두 어깨, 물결처럼 부드럽게 잡힌 치마의 주름. 그의 아름다움은 그의 권위요 아집이요 숙명이다. 그의 아름다움과 위엄과 집념은 그의 고독이다. 일사불란 독경하고 있는 서희의 모습은 애처롭다. 책에 열중할 때는 책이 부처님일 것이요, 자수에 열중할 때는 바늘이 부처님이었을 것이다. 어짜면 그에게는 신도 인간도 존재치 않았는지 모른다.

p.249
"우리가 싸우다 죽으면 우리의 아들딸들이 독립정신을 이어주어야 하고 양전옥답 물릴 어리석은 생각말고 피땀나게 자손들을 가르쳐야 하는게요. 내가 이런 얘길 하는 것은 밤이 길어서도 아니요 잠이 안 와서도 아니오. 이 얘기가 즉 내게는 일이란 말씀이오. 당신네들이 내 얘기를 듣고 자식을 가르치고 또 남에게도 그러기를 권한다면 나는 조그마한 씨알을 하나 뿌린 것이 될 것이오. (......)
아들딸이란 반드시 내 아들딸만이겠소? 조선의 아들딸, 일꾼이면 모두 내 아들 내 딸이거니 생각해야, 가르친다는 것도 옛날같이 사서삼경을 외게 하는 그따위는 아니지. 우선은 우리가 뒤진 신학문을 배우게 하는 거지만 그보다 근본을 가르쳐야, 근본이 뭔고 하니 애국애족하는 마음, 내 나라 내 겨레를 잊어서는 아니되고 배반해서는 아니되고 한 길 한 마음 빼앗긴 조국을 찾아야 한다, 그 근본을 심어주는 것이 가르치는 것 아니겠소. (......)
왜놈이 먹어들어온다고 실망 마시오. 밀정놈들이 우글거린다고 겁낼 것 없소. 한겨울에 모포 한장 어깨에 둘러메고 내 겨레를 위해 뛰는 사람이 많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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