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임신했을 때 반드시 해야 할 것들

독일에서 임신을 했다면 반드시 초기에 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 반응을 봤다면 즉시 산부인과를 찾아야 하고 중기에는 조산사(독일 말로 헤바메)와 산전교실을 찾아야 하며 후기에는 출산 병원을 직접 찾아야 한다. 어리버리하다가 그 기간을 놓쳐버리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준비 못한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은 꼭 기록으로 남겨 놓고 공유하고 싶다.


1. 산부인과 찾기

임신을 하면 그냥 산부인과에 가서 진단을 받으면 될 것을 그게 무슨 큰 일인가 싶지만, 독일에서는 산부인과가 산모를 거절하기도 해서 그게 문제다. 산부인과가 케어할 수 있는 인원이 대부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환자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시내에 위치한 나름 유명한 산부인과의 경우 산모로 등록하기가 다른 곳에 비해 어려울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에 전화해서 진료를 볼 수 있는지 물었고 다행히 받아주어서(???) 쭉 그 곳에 다니고 있다.

자기가 사는 동네 이름과 "Frauenärztin" 을 함께 구글에 검색하면 위치와 전화번호 같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의사가 남자여도 상관 없는 분들은 Frauenarzt라고 검색하면 된다. 

참, 산부인과 마다 요일별 근무 시간이 천차만별이니 미리 확인한 후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 이렇게 몇 군데 전화를 걸다 보면 한 군데는 걸리게 되고 전화를 건 시점에서 2-3주 후에 예약 진료(테어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대략 임신 6-8주차 정도.)

그 이후부터 산부인과 진료는 한달에 한번씩 받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6주에 처음 산부인과를 갈 수 있었고 그 다음에 12주, 16주, 20주, 24주 이렇게 한달에 한번씩 진료를 받았다. 임신을 확인한 후 6주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굉장히 고통스럽고 길었고 그 이후에는 산부인과 여름 휴가가 끼는 바람에 (무려 한달!!!)...  반 강제적으로 한 달 반을 기다렸던 게 가장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 독일에서는 보통 8월과 2월에 큰 휴가가 있는데 대부분 진료소가 한 달 정도 문을 닫는다.(;;;;;)


2. 헤바메 찾기 Hebamme

헤바메는 출산과 산후처치 전문 간호사라고 보면 된다. 개인 헤바메를 찾는다는 것은 출산 이후 산모의 집으로 와서 신생아와 산모 후처치를 돕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은 산후조리같은 것이 따로 없기 때문에 출산 후 2박에서 3박 병원에서 짧게 입원하고 퇴원 후 바로 아기와 함께 집으로 간다. 보통 나같이 초산의 경우 신생아를 다뤄본 적이 없고 거기에 대한 지식이 짧기 때문에 이 때 헤바메의 도움이 아주 크다고 한다. 

독일에서 헤바메 찾기가 아주 어렵고 또 출산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더 어려워 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구하지 않으면 찾기가 어렵다. 내가 임신 소식을 주변에 알릴 때가 12~16주 쯤이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헤바메는 구했어요?"라고 안부를 물어왔다. 본인의 출산 시기가 만약 7~8월 여름휴가 시즌이거나 혹은 4월 부활절 휴가 기간 즈음이라면 더 주의해서 빨리 구해야 할 것이다. 

빠른 경우 12주 안정기에 들어설 무렵부터 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출산시기가 3월 말이고 딱히 바쁘지 않는 시기였기 때문에 20주 정도가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헤바메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 명에게 이메일로 문의를 했는데 일주일 정도 뒤에 가능하다는 답변이 와서 전화로 연락을 시도했다. 요즘 헤바메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는데 큰 행운이다!

이번에도 구글을 이용해서 헤바메를 찾았다. 뭐니뭐니해도 집 가까운데 사는 헤바메가 최고다. (산모의 집으로 와야하기 때문에.) 동네 이름과 "Hebamme"를 함께 검색하면 헤바메가 사는 위치와 전화번호 혹은 이메일 주소 등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전화나 이메일 연락을 할 때는 본인이 사는 곳 주소와 출산예정일을 말해야 하고 헤바메가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되는지 안 되는지를 바로 얘기해준다. 

그리고 나서 당장 만나는 건 아니고 출산 예정일에서 두달 전쯤 산모가 직접 다시 헤바메에게 전화 연락을 해서 출산 전 얼굴을 익히고 교제(?)를 할 수 있는 약속을 잡아야 한다. 


3. 산전교실 찾기 Geburtsvorbereitungskurs

내가 너무 늦게 찾기 시작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산전교실을 나는 임신 24주 정도 됐을 때 슬슬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이 12월인데 벌써 3-4월까지 예약이 다 차 있었다. 보아하니 본인이 듣고 싶어하는 달 5-6개월 전에는 미리 등록을 해 놔야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마디로 임신 12주 정도 됐을 때?

산전교실은 보통 6회정도 나누어 1시간에서 1시간 반 씩 매주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몰아서 인텐시브로 진행하는 코스도 있다. 이 비용 전부를 보험회사에서 부담을 해주기 때문에 (남편이 참여하는 경우, 그 비용은 본인부담) 요가나 필라테스같은 본인이 지불하는 코스에 비해 빨리 마감이 되는 것이다. 검색을 해보니 이런 산전교실은 대형병원이나 큰 산부인과, 큰 규모의 헤바메 프락시스에서 아주 소수를 대상으로만 한정이 되어 진행이 된다.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달에 한번 6~10명만을 대상으로.... 그러니 서두르지 않으면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_+

3시간을 들여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고 연락했는데... 이 중 여덟 군데에서 안된다는 답이 왔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제공한다는 산전교실이란 산전교실은 다 뒤져보고 모조리 연락해본 것 같다. 지금까지 돌아오는 답변은 Leider ist der Kurs ausgebucht... ㅠ_ㅠ 좀더 일찍 할 걸... 

가봤자 별 거 없을거라는 지인들의 의견도 있긴 했지만, 가서 독일어도 좀 듣고 독일어 출산 관련 용어나 표현도 익히고 싶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몇 주 답변 오는 걸 더 기다려보고 모두 거절 답변을 받으면 1회성 산전교실이라도 찾아 볼 생각이다. 이건 헤바메 재량이므로 개별 연락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구해야 한다...) 어쨌든 산전교실을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임신 중기부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빈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 글을 쓰고 다음날에 기적처럼 한 헤바메 프락시스로부터 딱 한 자리가 비어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1월에 내가 듣는 다른 오리엔테이션 코스와 시간이 겹치긴 하지만 그쪽 코스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해서 물어보니 월요일만 두 시간 일찍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독일답지 않게 답변이 엄청나게 빠른 답변. +_+ 운 좋게 1월에 산전교실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얏호!!


4. 출산병원 찾기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이 임박하면 대부분 다니던 산부인과로 가서 아기를 출산하고 바로 연계되어 있는 조리원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독일에서는 산부인과 진료 따로, 출산은 출산이 가능한 병원에서 따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가 아기를 출산할 병원을 미리 고르고 사전 등록을 해야한다. 산부인과를 찾을 때 처럼 출산병원에서 거절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출산 예정일에 이미 등록된 산모가 많을 경우...?)

이건 보통 임신 후기에 한다고 들었다. 30주 이후 정도. 병원마다 등록 가능한 시기가 다르기도 하고 출산에 대해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기 때문에 산모가 살뜰히 정보를 챙겨야 한다.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서는 한달에 한 두번씩 예비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그 기회를 이용해 설명도 듣고 출산하는 공간도 살펴볼 수 있다. 나는 30주쯤 됐을 때 몇 군데 다녀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 * *

독일에서 임신을 했다는 것은 정말 해야할 퀘스트가 산재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이 퀘스트가 끝나면 뾰로롱 하고 다음 퀘스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나도 어리버리하다가 서둘러 뭔가 해야 할 시기를 놓쳐버린 느낌이 없지않지만 우리만의 여건대로 상황대로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독일어도 짧은데 여기저기 전화하고 정보를 얻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독일어를 공부한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래서 나도 초반에 손을 놓고 있었다. 중기까지는 임신을 확언할 수 없었으므로 불안하기만 했고 그 이후에는 숙제 미루듯이 할 일을 미루고 또 미루고... 전화기 앞에서 왜 나는 작아지는가. 이 모든 과정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독일에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진행 중인 산모들에게 공감과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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