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158] 자전거 출퇴근 11번째

한달째 아날로그 방식으로 출퇴근 중. 매일 자전거를 탄건 아니고 7월 첫번째주부터 지금까지 꼭 11일 탔다. 주 3일은 꼭 타려고 했었는데 체력이 아직 뒷받침해주질 않아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30분동안 내리 바퀴를 굴리고나면 허벅지가 땡땡하니 꼭 팽창해서 터질 것 같다. 그럴때면 내 다리가 정말 천연 엔진인 것만 같다. 온몸으로 바퀴를 굴려야만 앞으로 나아가는 이 아날로그적인 느낌 참 좋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꼭 7km이다. 편도만 30km가 넘는 박군에 비하면 동네 마실 다녀오는 정도이지만 이정도도 내게는 과분하다. 차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도로를 같이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온 신경에 불을 켜야한다. 항상 조심, 또 조심. 앞과 오른쪽, 왼쪽, 심지어 뒤쪽까지 육감을 곤두세워 살피고 있다. 다행스럽게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은 없는 편이다. 그덕에 오토바이가 쌩쌩 달리긴 하지만 난 거의 가쪽으로만 천천히 다닌다. 

아주 가끔씩 오토바이 200대쯤이 내 옆으로 지나가면 한대 정도는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빠르고 편하게'가 당연한 캄보디아에서 비효율적인 패달을 밟고 있다니! 잠시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오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수다를 떨면 좋겠다는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지나쳐간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상상도 한다. 그러면 대기오염이 많이 줄어들고 아저씨들 배도 들어갈텐데.

사무실에 도착하면 곧장 헬멧부터 벗는다. 머리카락이 땀 때문에 달라붙어 끈적거린다. 헬멧을 쓴 모양대로 머리가 눌려있다. 선풍기 바람에 땀과 머리를 다 말리고 시원한 물부터 원샷한다. 땀나는 건 포기했다. 더우니까 땀흘리는 건 당연하다. 한 십분쯤 바람쐬고 앉아있으면 또 금방 식혀진다.

원래는 주3일부터 시작해서 매일 출퇴근 하기를 꿈꿨지만 하루에 14km, 한시간 패달 밟기가 쉽지는 않다. 지난 한달간은 용캐 잘 해냈고 이번달부터는 3회에서 4회로 형편 되는만큼 늘려볼까 한다. 내몸의 순수한 동력으로 힘차게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자칫 무력해질 수 있는 이 시간들을 좋은 에너지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출근하면서는 아니고, 교회에서 올때 박군이 뒤에서 찍어준 사진. 고가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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