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6. 02:4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제목에서 밝혔듯이 나의 11월은 정말 단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어제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오늘을 살고 있는데, 날씨까지 흐리멍텅하니 날짜 지나가는게 더 구분이 안된다. 어제는 흐리면 오늘은 맑아야 어제 오늘 다른게 구분이 되는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햇볕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솜먹은 물마냥 무거운 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고 있으니. 11월은 3주가 넘게 흐릿한 날씨만 가득하다.그러다 최근에 햇볕이 조금 드는 날이 있었다. 지난 수요일에는 해가 아침에 뜨는 순간부터 질때까지 하루 종일 가득히 햇볕이 비췄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침일찍 눈을 뜨자마자 문이란 문은 다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발코니 문도 열어놓고 화장실 창문도 열어놓고 부엌창문 안방창문 활짝활짝 햇볕이 집안 곳곳으로 들어오도록. 햇..
2017. 11. 17. 04:2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의 혹독한 겨울나기 대비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해외배송 받은 따수미 난방텐트. 항공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주가 넘도록 오래 걸린 그 지독했던 마음고생이 오늘로 끝이 났다.세관에 걸려있다던 우리 텐트는 슈투트가르트 도착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DHL express 에 전화해서 여러차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편지를 기다리라'는 것. 기다리라니까 기다리는 수 밖엔 없다. (....) 그렇게 목이 빠지게 우편함만 열고닫고를 반복하던 차 드디어 어제 쫄암트(세관)에서 온 우편물을 받을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남편과 함께 달려간 곳. 슈투트가르트 세관 Zollamt 이다.짜증나는 Zollamt .....다행히 집과 멀지 않았다. 우반타고 10분정도 떨어진 곳. 돌돌돌돌 돌돌이..
2017. 11. 15. 16:4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잠을 엄청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일어나는 건 늘 개운한 편이다. 다만 공기가 엄청나게 차가워서 이불 밖에 나가기가 싫다. 언제까지고 이불 안에만 있고 싶어진다. 추운 집의 단점이다.요즘 급격하게 추워졌다. 지난주 내내 먹구름이 껴있더니 오늘부터는 갑자기 영하로 떨어졌다. 밖에 나갈때 그냥 패딩만 입어선 따뜻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겹겹이 뭔가를 더 껴입어야 한다. 혹한의 추위가 기다리고 있으니. 있는대로 껴입어야 한다. (난방텐트 배송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 1일에 주문했으니 2주가 넘도록 못 받고 있다.)* * *공보험 가입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경로를 생각하고 있다. 벌써 3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보험 회사에 문을 두드려보고 안된다고 하면 또 다른..
2017. 11. 9. 05:02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생활 3개월차. 마냥 좋은 것만 보이는 로맨스 기간은 끝나버린 듯하다. 분터지게 답답하고 꼭지돌게 황당한 독일의 시스템이 바로 문앞에서 노크를 하고 있으니. 똑똑똑. 안녕? 그동안 발 뻗고 편안하게 잘 잤니? 이제 네가 고구마 먹을 타이밍이 돌아왔어. 기대해.ㅎㅎㅎㅎ문제의 시작, 난방텐트 주문 우리집은 추워도 너무 춥다. 집도 지은지 오래되어 난방 시스템이 구식이다. 보통 독일 가정에는 각 방 벽에 하얀색 라디에이터가 붙어있기 마련인데 우리집은 가스난로가 딱 한 개 있다. 그것도 켜면 따뜻한 공기는 모두 거실로 가고 안방에는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 구조다. 무시무시한 독일의 겨울은 가까워져오고 있고 이제 작은 방에 임시로 머무는 학생까지 들어왔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입소문으로 듣게 된 "따수미 난..
2017. 10. 29. 19:1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서머타임이 끝난 일요일 아침.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더니 비가 청승맞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창문 밖으로 바람이 크게 일고 있는 것이 바람에 사정없이 나부끼는 나무로 눈에 보인다. 비는 금방 오고 말겠지 싶었는데 더 굵어졌다. 제법 비 내리는 소리가 크길래 박군과 함께 발코니로 나가봤다.비에 흠뻑 젖은 집앞 와인밭. 집 앞에 펼쳐진 와인밭이 가을비에 흠뻑 젖었다. 나무는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이불을 뒤집어쓴 듯이 덮여있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온 게 8월 말이었는데 10월 말이 된 지금 하늘의 빛깔이 참 상반된다. 그땐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보기만 해도 깔끔한 여름하늘이었다. 지금은 좀 스산하네. 이제 겨울이 완전히 와 버렸나보다. 써머타임까지 끝났으니 이젠 오후 5시가 넘어가면..
2017. 10. 26. 21:4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화된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당시에는 분명히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지만 기억의 창고 속에 묵혀두면 힘든 부분은 증발이 되어버리고 좋았던 기억만이 선명히 남는 것이다. 밤 10시. 소파에 길게 누워 하릴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평소라면 쏟아질법한 잠은 달아나버리고 과거의 어떤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때는 졸업 후 막 현장에 투입됐던 2015년 3월. 음악치료사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처음 세션을 시작했던 때다.나는 일주일에 두 번은 장애아동센터에서 세션을 했고 나머지 세 번은 재활센터 연구원으로 재활 세션을 했었다. 이중 화요일 목요일, 장애아동과 만났던 일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40분 세션과 10분 부모상담. 쉬는시간 없이 이어진 하루 7번의 세션. 3평 남짓한 세션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