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6. 03:21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호헨하임 대학교 농업 석사과정에 이번 10월부터 재학을 시작한 박군은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나에게 수업시간에 있었던 이상한(?) 일들에 대해 얘기해주곤 한다. 다음은 한국 문화에 익숙한 유학생이 수업에 처음 들어가면 느낄수 있는 이야기들이다.1. 박군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수업이 있는데 길이가 상당하다.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까지 연속되어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수업을 시작하면 2시간씩 쉬는시간 없이 쭉 간다고 하는데, 어느날은 수업 도중에 갑자기 부스럭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거다. 수업 도중에 배가 고팠던지 옆에 앉은 학생이 빵(!!!)을 꺼내 입에 넣고 있었다. 시선은 앞에 있는 교수님에 고정시킨 채. 입은 오물오물.2. 수업하는 도중에 급한 용무가 있었는지(무슨..?) 잠깐 일..
2017. 10. 18. 16:01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삼겹살의 추억 치이이익. 뜨겁게 달궈진 후라이팬 위에 8mm 두께로 썰린 삼겹살을 빼곡히 올려두었다. 곧 구수하고 기름진 돼지고기 익힌 냄새가 채식을 시작한 지 두달이 채 안된 나의 코 끝에 닿는다. 30년 가까이 내게 익숙했던 이 냄새. 그래. 맛있는 냄새가 난다. 교회 자매들 점심 모임에 초대되어 우연히 언니들과 함께 장을 볼 기회가 생겼다. 나는 독일어가 유창하지도 않아 주문하기도 영 곤란하고 또 독일에 오자마자 채식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기 살 일도 없으니 마트 안에 있는 정육점은 늘 쓱 지나가기 바빴다. 오늘은 달랐다. 목적지가 바로 정육점. 독일생활 십수년차 된 왕언니들이 능숙하게 고기를 주문하는 모습을 경이롭게 바라봤다. “아, 저도 좀 사볼까요.” 나 때문에 덩달아 고기를 못 먹고 있는 남편..
2017. 10. 17. 06:33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생각해보니 나는 독일에 오고 줄곧 두달 내내 남편과 함께 다녔다. 어학원도 함께 다니고 주말에도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세상에. 두달 꼬박 내내 붙어 다녔네. 이제서야 (드디어?) 남편의 학기가 시작되어 처음으로 혼자 집 밖을 나섰다. 원래 혼자 다니는게 어려웠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의존적이 된다. 밖에 살아보니 더 그렇다. 복잡해 보이는 교통편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제때 환승도 잘 해야한다.목적지는 교회. 성경공부 모임에 나갈 참이다. 핸드폰 어플로 검색해보니까 어렵지 않다. 늘 탔던 곳에서 갈아타면 된다. 우반 타고 50분 정도. 그동안 우반을 탔을때는 줄곧 멍때리고 남편 따라 내리고 탔었던 것 같은데 이제 내리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알아서 잘 해야 한다. 알람을 켜둘까? ..
2017. 10. 13. 18:04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독일 남부지방의 슈투트가르트는 자동차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만큼 자동차와 관련된 많은 산업들이 있다. 벤츠나 포르쉐 박물관이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해 있고 이곳에서 많은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다. 그 중 메르세데스 벤츠 본사는 우리 집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 지난달 어학원 프로그램에서 투어가 있어 처음 다녀와봤다. 건물 외관부터 남다르다.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 티켓. 우리는 단체여서 가격을 잘 모르겠는데, 개인은 성인 한명에 10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운영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9~6시까지. 모두에게 나눠주는 오디오 기계 들어가면 입구에서 이런 오디오 기계를 빌려준다. 목에 걸고 다니면 자동으로 인식해서 해당 전시품에 대..
2017. 10. 12. 16:0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이 곳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얘기한다. 첫 해 겨울을 조심하라고. 그만큼 우리나라와는 다른 차원의 추위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겨울 분위기같은 것이 당혹스럽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겨울을 잘 준비해야한다는 말도 한다. 그럴만도 한게 독일의 겨울은 뭐, 한 해 중에 8개월 이상은 되니까.이런 느낌의 하늘이 내 기분상으로는 95%쯤 된다. 해가 떴을 때의 온도는 가을 날씨 같고 좋은데 문제는 아침과 저녁이다. 넓게 난 창문으로 스며들어오는 거실과 안방의 찬 공기는 아직도 많이 낯설다. 뭘 얼마나 더 껴입어야 하는걸까. 내복을 속에 입고 두툼한 기모티를 입고 자는 데도 아침은 자비없이 춥다. 며칠 전에는 자려고보니 너무 추워서 잠깐 라디에이터를 켰었다. 공기가 꽤 훈훈해져서 나중에 한..
2017. 10. 9. 05:3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3주간 폭풍처럼 몰아쳤던 독일어 초급 인텐시브 코스도 "Sehr gut"으로 마무리.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백수의 삶이 시작됐다. 남편이야 이제 10월 셋째주부터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군기가 바짝 들었다만 나는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내 앞에 무한정 펼쳐져 있는 것이다. 내 인생에 최초로.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건 아니다.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해야한다. 여기 정착해서 살려면 말이 트이긴 해야하지. 하지만, 내가 '앞으로 해야할 것들'은 아직 허공에 떠있고 내 도화지에는 깨끗하게 아무런 스케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다. 처음엔 A1.1을 마치자마자 바로 A2를 들을까 싶어서 어학원 과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