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6. 05:11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겪어본 사람만 안다는 그 어색함 어젯밤 웰커밍 파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독일어 집중 강좌가 시작됐다. 남편의 학교에서 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기간 동안 집중강좌를 연다고 하길래 나도 남편과 함께 신청했었다. 아직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어학원 정보도 잘 몰랐기도 했고 대충 보아하니 9월 말이나 10월 중순부터 새로운 어학 코스가 시작되는 것 같길래 노느니 뭐하나 싶어 9월 첫주부터 시작하는 이 과정에 등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하하. 호헨하임 학교 학생도 아닌데 내가 왜 그랬을까.후회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과정 자체가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거나 석사 혹은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몇 가지 안 되는 중요한 대화 거리 중에 하나가 전공 이야기다. 다들 경제나 경영, 농업관련된 전공을 읊고 ..
2017. 9. 2. 18:38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에서 이사하기, 지하철타고!! 이사를 끝냈다. 앞으로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할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아닌 타인의 취향인 책상에 앉아 타인 취향의 컵으로 차 한잔을 마신다. 남의 집에 놀러온 것 같은 낯설음이 느껴진다. 걸레질 한번 훔치면서 낯선 사물과 친숙해지려고 해본다. 아직은 하루 반나절만큼만 가까울 뿐이다.갑자기 두 사람이 지내기에 공간이 엄청나게 커져버렸다. 당황스럽다. 거실에서 부엌 개수대까지 열 세걸음, 다시 부엌에서 화장실까지 열 두걸음. 집 안에서 걷기만 해도 운동이 되는 것 같은 느낌.집은 예전 세입자가 놓고 간 온갖 잡동사니와 허름한 가구로 채워져있었다. 우리가 오늘 가져온 캐리어는 4개였는데, 너무나도 쉽게 집 안에 흡수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나름 "중요한 옷과 잡동사니"로 분..
2017. 8. 29. 03:43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내가 중학생이었을때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중학교 3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도서관 문지방이 닳도록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문지방은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닳아지진 않았다, 물론.)내가 갔던 도서관은 집에서 4km정도 떨어져 있던 곳이었는데 오며가며 걸어다녔으니 나름 운동도 되고 공부도 하니 일석이조였다. 책도 무료로 빌려볼 수 있고 열람실에서 공부도 할 수 있으니 나한테는 놀이터같은 곳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책이 가득 들어차있는 공간이 주는 포근함이나 쾨쾨한 낡은 책냄새가 좋았던 것 같다. (애늙은이같이) 공간을 가득 채운 책들이 앞으로 내가 읽을 책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독일에 오고나서 비자 신청에 필요..
2017. 8. 26. 19:20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아직 비자신청까지는 가지도 못했지만 슈투트가르트에 들어온 지 2주차. 이제 비자신청 전까지 모든 준비 과정을 마쳤다.우리는 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독일에 들어왔다. 서울에 있을 때 대사관에서 3개월짜리 학생비자라도 신청하기 위해서 갔는데, "가서 신청하세요. 요샌 다들 그렇게들 해요."라는 독일대사관 직원의 쿨한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3개월 안에 장기로 거주할 비자를 신청하고 기한 내에 받아야 한다는 게 굉장히 큰 압박이 되었던 것 같다.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 단계들이 많기 때문이다. 집 구하기 먼저 이 모든 과정의 첫 시작은 "집 구하기"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빠른 시일 내에 집을 구해야 한다. 집 계약을 해야 집주인에게 양도를 하겠다는 서류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서류를 관청에 ..
2017. 8. 20. 04:2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큰일이다. 7시부터 졸리기 시작하니. 어제도 잠깐 방심한 사이에 꿈뻑 잠이 들어서 씻지도 못하고 자버렸다. 집 계약을 끝냈다. 이건 우리 부부의 인생에 아주 엄청난 사건이 될 것 같다. 독일에 오고 4일쯤 지났을까. 집주인의 승낙을 받았으니 초단기로 해치워버린 거다. 굉장히 어리둥절하다. 큰돈이 오고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뭔가 더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나 할까. (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많이 긴장한 상태이다.독일에 오기 전 한인 사이트를 통해 이미 한 곳의 가계약을 해 둔 상태였다. 사실 집을 보지도 않고 거금의 선금을 걸어놓은 거라 이렇게 결정 하기까지 심적 갈등이 꽤 컸었다. 혹시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이렇게 집이 쉽게 나오지도 않은 곳이라고 하니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후회 하겠지. 이..
2017. 8. 18. 06:37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독일에 오고보니 이것저것 보이는게 많다. 하나둘씩 생각나는데로 얘기해보자면 다음같은 것들이 있다. 독일에 처음 가본 사람이 느낄법한 독일스러운 이야기들!첫째, 곳곳에 나무가 참 많다. 그리고 그 나무는 모두 쭉쭉 하늘로 뻗어 있다. 푸른 나무와 잔디밭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독일 나무들은 왜 이렇게 키가 큰 걸까. 흔한 동네 나무도 몇 백 년은 된 것 같다. 성인 두 명이 양 팔을 쫙 펴야 겨우 안을 법한 두툼한 나무대까지. 볼 때마다 참 감탄스럽다.집근처 공원 스케일. 장난 아니다. 둘째, 동화책에서 봤을법한 예쁘장한 창문이 붙어있는 오색깔 집이 눈만돌려도 밟힌다.어렸을 때 누구나 이런 집을 그려 본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네모를 그리고 그 네 위에 세모난 지붕을 올린다. 네모난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