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9. 20:15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1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달리면 알게 된다. 1km가 얼마나 먼 거리 인지도 알게 된다. 달리기가 이렇게 힘든데 왜 이 땅에 많은 사람들은 뛸까? 나는 왜 뛰고 있지? 달리면서 내가 왜 뛰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먼저 체력을 키우고 싶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작년 3월 첫 아이를 출산하고 8월부터 주 3회씩 뛰기 시작했다. 11월까지 열심히 뛰다가 독일에 겨울이 오고 쭉 쉬었다. 올해 3월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지난 5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출산을 경험했던 것이 정말 컸다. 마치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 같은 강렬한 경험이었다. 체력이 위기의 순간에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건강한 몸을 갖고 사는 게 다른 그 무엇보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14시간 진통을 겪는 중에 뼈가 저리게 느꼈다. 아기가 5개월이..
2020. 6. 6. 17:25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14개월 현재의 하니를 키우면서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밥을 준비할 때다. 하니를 맡아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살피며 요리를 차리는 건 쉽지 않다. 대게 점심식사 준비는 11시부터 시작되는데 그때는 하니가 가장 배가 고플 때라 나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하며 나는 하니를 먹이기 위해 식사 준비에 몹시 바쁘다. 그래서 나는 식사를 만들면 3일분을 한 번에 만들어 놓는 편이다. 그러면 하루는 음식 장만하느라 좀 힘들어도 이틀은 장만한 음식을 덥히기만 하면 되니 편하다. 어제는 새로운 점심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 날이었다. 냉장고 안에 애호박이 있어서 나는 자주 해주는 애호박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애호박 크림 파스타는 만들기가 정말 쉬운데 하니가 잘 먹어주어 우리 집 단골 메뉴다. ..
2020. 5. 26. 18:45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저녁밥을 먹이는 것 부터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하니는 평소 좋아하는 연어가 들어간 밥을 왠일인지 잘 먹지 않았다.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가 두배 이상 들어간다. 하니는 자꾸 손사래를 치고 나는 한 번이라도 먹이기 위해 숟가락을 들이밀고.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 하다 밥은 사방으로 튀고. 인내심은 바닥을 들어낸다. 남편이 후반부를 맡아 양치를 시켜주는 동안 나는 부엌으로 숨어 들어가 설거지를 하는 명목으로 한숨을 돌렸다. 정말이지 감정적으로 힘에 부칠 때는 자리를 뜨고만 싶어진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내가 편했던 장소, 내가 편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만 진다. 나는 감정 탈진 상태가 되어 설거지를 하며 부정적인 감정 안에 머물러 있었다. 하니를 재우는 것은 요새 나의 몫이 ..
2020. 4. 8. 03:26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우리 부부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하니가 드디어 첫 돌을 맞이했다. 하니가 세상에 나온 날은 내가 엄마로 다시 태어난 날이기도 하기에 딸의 생일은, 그것도 첫 번째로 맞이하는 생일은 내게 누구보다도 큰 의미가 있었다. 1년의 생애 첫 사이클을 돌며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나기까지 큰 탈 없이 지냈다는 것도 감격적일뿐더러 하니의 짧은 생애에서 유일무이한 사건(첫걸음마!!!)을 목전에 두고 있어 우리 부부에게, 내게 이번 봄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애석하게도 독일은 3월 둘째 주 이후부터 전국적인 외출 자제, 만남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관계로 우리의 모든 사회적 관계도 함께 차단되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고 넘어가긴 싫다. 우리끼리 이 시국에 셀프 돌잔치,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치렀는지 공..
2020. 4. 4. 04:56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확진자 8만 9천 / 사망 1160명 / 오늘 신규로 등록된 확진자가 6천 명. 지난 3월 17일을 기준으로 독일의 모든 학교와 유치원이 4월 19일까지 문을 닫고 많은 회사들이 자택 근무로 돌렸다.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장소가 문을 걸어 잠갔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두었으며 놀이터에도 아이들은 접근금지가 되었다. 여기저기에서 빗장을 모두 걸어 잠그고 온 국민들을 집에만 머물게 한지 벌써 2주가 넘었다. 로버트코흐연구소에서는 확산세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하지만, 2주가 넘게, 아니 벌써 한 달이나 넘게 집에만 갇혀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참 막막하고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2020. 3. 17. 06:19 2017-2021년 독일/일상 이야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독일 땅을 맹렬히 휩쓸고 있다. 날마다 확진자 수는 정점을 찍어가고 있고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제한의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 어제는 국경을 폐쇄했다면 오늘은 일부 공항이 문을 닫는 식이다. 학교와 유치원은 4월 20일까지 문을 닫았고 오늘 뉴스에 따르면 독일의 모든 주에서 슈퍼와 약국과 같은 필요 상점을 제외한 극장, 술집, 콘서트홀, 박물관, 체육관 등 사람이 모이는 모든 장소를 폐쇄하는 초 강수 조치를 두었다. 레스토랑도 저녁 6시 전까지는 문을 닫아야 한다. 1월 말에서 2월에는 독일 내 확진자 수가 적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이 무섭다기보다 은근한 인종차별이 거슬려 바깥 외출을 자제했다. 중국이 점점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한국에서도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