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9. 05:36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나도 새로운 시도는 늘 어렵다.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을 찾아보기는 하지만 막상 가기까지는 쉽지가 않다. 6-7개월까지는 쭉 괜찮았다. 하니가 누워있으면 나도 마음 놓고 이것저것 할 수도 있고, 같이 누워있기도 했다. 하지만 하니가 잡고 일어서고 엄청난 에너지로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집에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하니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 어디든 가야한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로 2주간의 긴 연휴가 끝이 나고 남편은 다시 학교와 알바가 반복되는 일상이 시작됐다. 고로 나의 독박 육아의 세계가 다시 열린 것이다. 오늘부터는 내 의지로 집 밖을 나서야 한다. 처음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자, 어디 독일 엄마들과 독일 아이들 좀 만나러 가볼까, 이렇게 마음먹으면 어쩐지 힘이 빠지고 집 문 밖을 ..
2019. 12. 14. 07:47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그것은 (우리 둘 다) 몹시도 몹시도 괴롭고 힘든 것이었다.... 눕혀 놓으면 다시 깨고 자꾸만 말똥말똥 눈을 뜨는 하니가 야속해서 비행기 안 좁은 복도에 서서 나는 울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이었다. 하니는 한참 전부터 깨서 다시 잠들지 않았다. 맨 처음에는 이륙하자마자 하니가 잠을 자 주어 나는 퍽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기내식도 우아하게 먹었다. 내 옆에는 친정엄마와 함께 앉은, 10개월 딸을 데리고 있는 엄마가 꽤 괴롭게 아이를 달래며 식사도 못하는 중이었다. 그에 비해 혼자서 아이를 케어하는 사람 치고 기내식까지 앉아 먹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했었다. 저녁 7시부터 자기 시작한 하니는 10시가 되자 울면서 잠에서 깨었다. 나는 달래주면 다시 잠들 거라고 생각했다. 열심..
2019. 10. 8. 03:30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독일에서 태어난 하니, 이유식은 어떻게 할까? 하니가 2개월에서 3개월쯤 되었을 때 독일에 사는 지인들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이유식은 어떻게 할 거야? 한국식으로? 아니면 독일식?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는 일단 만들어 먹이는 것을 선택했다. 누가 준 이유식 책 한 권을 교과서로 삼아 애호박-감자-브로콜리-양배추-단호박-고구마같은 야채나 바나나, 사과 같은 과일 종류 하나씩을 골라 알나투라Alnatura에서 산 자스민 쌀로 쌀미음을 만들어 먹였다. 내 자식을 위한 요리는 보람도 있고 의욕도 넘쳤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전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뭔가를 만들었는데 아기가 그걸 한입 한입 맛있게 받아먹어 주는 경험은 그 흔한 옛날 말처럼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며 먹기 전부터 퍽이..
2019. 10. 8. 02:51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독일에서 아기를 키우다 응급상황이 생기면? 곧바로 응급실로!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평온한 아침이었다. 아침에 잠이 덜 깬 나는 하니를 남편에게 맡기고 쪽잠을 자고 있었다. 남편은 하니와 조금 놀아주다가 배가 고파하는 것 같아서 분유를 타 왔다. 하니는 유난히 분유를 잘 먹지 않았다. 원래 보통 물려주면 절반까지는 단숨에 마시는 아이인데 몇 모금 먹고 떫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온도가 너무 뜨거운가?" 남편이 의아해하길래 잠결에 나는 분유를 만져봤고 온도는 별로 뜨겁지 않았다. 남편은 다시 젖병을 물렸지만 하니는 잘 먹지 않았다. 여기까지면 별 다를 것 없는 평온한 상황일 것이다. 하니는 분유를 잘 먹기도 하지만 잘 안 먹기도 하니까. 아기가 잘 먹지 않는 데에 별 의문이 없었다. 하니는 20ml를 겨우 ..
2019. 10. 3. 15:46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티셔츠를 입고 아기를 낳았다 진통이 들이닥치면 이성이 마비된다. 이때를 대비해서 산전 교실도 다니고 지인들의 출산 후기를 찾아 듣고 했지만, 막상 나의 타이밍이 오니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출산 가방을 미리 싸놓은 것만은 천만다행이었다. 새벽 1시. 첫 진통을 느끼며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옷을 입을 때 나는 알았어야 했다. 지금 입은 옷 그대로 아기를 받을 거라는 걸. 진통이 시작된 후 두 시간 쯤 흐르고 나니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산전 교실 Vorbereitungskurs을 다닐 때 헤바메는 이렇게 얘기했다. "어차피 병원에 가도 기다려야 하는 건 똑같아요. 초산의 경우 아기는 생각했던 것처럼 빨리 나오는 게 아니랍니다. 집에서 기다리세요. 욕조에 몸을 담그기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티비..
2019. 9. 30. 04:57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신생아에게 어떤 옷을 입힐 것인가!!!!! 이건 나에게 아주 큰 문제였다. 아기를 키워본 적도 없을 뿐더러 주변에 신생아를 키우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어떻게 아기를 입혀야 하는지 책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적혀 있는 책도 있나?) 게다가 내가 사는 곳은 독일. 한국과 기후가 다르다. 독일에서 출산한 지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기가 태어나는 달이 겨울인지, 봄인지, 여름인지에 따라 또 다르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부분은 비슷하겠지만...) 퇴원할 때 입은 옷 출산하러 병원에 들어갈 때 내가 준비한 것은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병원에서 아기 옷을 입혀주기 때문에 퇴원할 때 입을 옷 한 벌만 준비하면 된다. 퇴원할 때는 사실 병원에서 나가자마자 차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그렇게 추울 일이(?) 별로 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