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8. 00:40 좋아서 읽는 책
p.104송장이 되어도 친정에는 안 간다는 딸의 고집을 꺾을 수도 없고 해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놓는데 사립문에 몸을 가누고 돌아보며 돌아보며 가는 어미를 바라보고 서 있는 딸, 야무네는 길이 눈에 보이질 않았다. (....)그것이 지난 가을의 일이었다. 그러고는 소식이 없다. 야무네는 부엌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저녁 죽거리를 하려고 삶은 고구마순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시레기는 벌써 떨어졌고 산나물도 한 보름쯤 지나야... 야무네는 부엌 밖의 하늘을 힐끗 쳐다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무 일도 없는데 가슴부터 내려앉고, 다음엔 딸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루에도 몇 번 있는 일이다. 그러고나면 목이 꽉 메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딸이 죽을 것이란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었지만..
2016. 6. 16. 22:23 2016년 캄보디아
먹구름이 낀 하늘만큼 기분도 축 쳐졌던 오늘. 맛있는 피자도 산책으로도 전환이 잘 되지 않았던 감정이 올라오는 그런 날이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가죽공방. 프놈펜에 이런 곳이 있었나?하니 박군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란다. 구경할 겸 안으로 들어가봤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세계지도. 너무너무 예쁘게 만드셨다. 나중에 집이 생긴다면 꼭 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가방들. 모든 가방이 특색이 있다. 예쁘다! 두 눈을 즐겁게 해준 각종 가죽 제품들. 하나씩 다 만져보고 열어본 것 같다. 알록달록한 색상이며 깔끔한 디자인이 모두 마음에 든다.작은 손지갑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정말 하나 사가고 싶을 정도였다. 마침 몇년간 사용했던 머니클립이 심하게 때타있는 것이 생각나면서, 지금이..
2016. 6. 15. 22:53 2016년 캄보디아
1. 요즘은 어느곳에든 개미가 있다. 사람이 있는 곳 없는 곳 가리지 않는다. 점심을 먹으려고 본 계란말이 접시 위에도, 노트북 모니터 위에도, 내 팔뚝과 허벅지 위에도 몇 마리 바쁘게 움직인다. 개미철이려니, 이들의 왕성한 삶에 별 관심을 두고 싶지 않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개미를 내버려두기도 심란하다. 몇마리는 손으로 휙휙 털어버리기도 하지만 몸을 탐하는 개미는 가차없이 눌러 죽이기도 한다. 개미들에겐 내가 불청객일 수도 있는데... 이러고 있는데 개미가 또 지나간다. 2. 다시 토지 읽기 삼매경에 빠졌다. 3부로 접어들고 9권이 넘어가면서 호흡이 느려졌던 것은 사실이다. 1, 2부를 끌고 나갔던 주연들이 빠지고 그들의 자식들과 역사의 빠른 흐름에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었다. 1900년대 초반의 역..
2016. 6. 14. 16:11 좋아서 읽는 책
"내가 죽는다고 조금도 어쩌지 말라.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음이 도리어 부끄럽다. 내가 자나깨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청년들의 교육이다. 내가 죽어서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원하는 일이다. 언제든지 눈을 감으면 쾌활하고 용감히 살려는 전국 방방곡곡의 청년들이 눈앞에 선하다. 너는 나의 이 유언을 전국의 학교와 교회에 널리 알리도록 하여라"독립운동가 강우규(1855.7.14~1920.11.29) 선생, 1920년 11월 죽음을 앞두고 대한의 청년들에게 남긴 유언 토지 3부 중 주갑이 모신 어른, 강우규.삼일운동의 수습책으로 해임된 하세가와 총독 대신 사이토가 후임으로 부임하던 날 남대문 역두에서 폭탄을 터뜨린 예순 다섯살의 노인. 나라에 대..
2016. 6. 14. 15:02 좋아서 읽는 책
p.216석이는 지칠 때 봉순이를 생각하고, 쉬어가는 길손이 되어 마음 속에 있는 그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 앉는다. 스물일곱이 되도록 독신을 지킨 것이 봉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마음 속에 들어앉은 봉순이라는 안식처, 괴롭고 고되고 서러울 때 침잠하듯 마음속에서 대면하게 되는 봉순의 영상 때문인지 모른다. 욕망이나 소유로는 결코 발전될 수 없는, 그것은 사랑일까. 사랑인지 모른다. p.241자식 기르는 것, 일하는 것만을 보람으로 지내온 충실한 인생에 햇볕은 더없이 따사롭게 비친다.
2016. 6. 11. 17:03 2016년 캄보디아
다 쓰러져가는 자전거를 빌려 처음으로 거리에 나왔다. 교통상황이 너무 좋지 않은 프놈펜. 모또나 뚝뚝이를 의지해 마실만 다니다가는 연말이 끝날 때까지 벙쭘뿡에 발이 묶여있겠다 싶어 요즘 오토바이냐 자전거냐 고민하던 중이였다. 단원 신분으로 오토바이 운전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구입은 꿈도 못꾸지만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근데 위험하겠지) 이 생각을 몇 십번째 반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또네 자전거네 당장 살 것도 아니면서 괜히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오늘 시범삼아 자전거를 타본 것이다. 빌라 주인의 허름한 자전거를 빌렸다. 오른쪽 브레이크는 이미 망가졌고 뒷바퀴는 공기가 없어 푹 꺼져 있었다. 상관없다. 브레이크는 왼쪽 것을 쓰면 되고 뒷바퀴 공기는 가다가 수리점에서 넣으면 되고. 있는게 감지덕지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