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8. 02:51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독일에서 아기를 키우다 응급상황이 생기면? 곧바로 응급실로!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평온한 아침이었다. 아침에 잠이 덜 깬 나는 하니를 남편에게 맡기고 쪽잠을 자고 있었다. 남편은 하니와 조금 놀아주다가 배가 고파하는 것 같아서 분유를 타 왔다. 하니는 유난히 분유를 잘 먹지 않았다. 원래 보통 물려주면 절반까지는 단숨에 마시는 아이인데 몇 모금 먹고 떫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온도가 너무 뜨거운가?" 남편이 의아해하길래 잠결에 나는 분유를 만져봤고 온도는 별로 뜨겁지 않았다. 남편은 다시 젖병을 물렸지만 하니는 잘 먹지 않았다. 여기까지면 별 다를 것 없는 평온한 상황일 것이다. 하니는 분유를 잘 먹기도 하지만 잘 안 먹기도 하니까. 아기가 잘 먹지 않는 데에 별 의문이 없었다. 하니는 20ml를 겨우 ..
2019. 10. 3. 15:46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티셔츠를 입고 아기를 낳았다 진통이 들이닥치면 이성이 마비된다. 이때를 대비해서 산전 교실도 다니고 지인들의 출산 후기를 찾아 듣고 했지만, 막상 나의 타이밍이 오니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출산 가방을 미리 싸놓은 것만은 천만다행이었다. 새벽 1시. 첫 진통을 느끼며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옷을 입을 때 나는 알았어야 했다. 지금 입은 옷 그대로 아기를 받을 거라는 걸. 진통이 시작된 후 두 시간 쯤 흐르고 나니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산전 교실 Vorbereitungskurs을 다닐 때 헤바메는 이렇게 얘기했다. "어차피 병원에 가도 기다려야 하는 건 똑같아요. 초산의 경우 아기는 생각했던 것처럼 빨리 나오는 게 아니랍니다. 집에서 기다리세요. 욕조에 몸을 담그기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티비..
2019. 9. 30. 04:57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신생아에게 어떤 옷을 입힐 것인가!!!!! 이건 나에게 아주 큰 문제였다. 아기를 키워본 적도 없을 뿐더러 주변에 신생아를 키우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어떻게 아기를 입혀야 하는지 책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적혀 있는 책도 있나?) 게다가 내가 사는 곳은 독일. 한국과 기후가 다르다. 독일에서 출산한 지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기가 태어나는 달이 겨울인지, 봄인지, 여름인지에 따라 또 다르다. (지금 생각해보니 대부분은 비슷하겠지만...) 퇴원할 때 입은 옷 출산하러 병원에 들어갈 때 내가 준비한 것은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병원에서 아기 옷을 입혀주기 때문에 퇴원할 때 입을 옷 한 벌만 준비하면 된다. 퇴원할 때는 사실 병원에서 나가자마자 차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그렇게 추울 일이(?) 별로 없지만 ..
2019. 9. 29. 05:25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독일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한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하니를 케어하면서 내가 써온 물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나온 물건들이야 결국 거기서 다 거기인 뻔한 것들이지만 이제 막 낯선 땅에서 출산과 육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육아템을 소개하기에 앞서:: dm.de 데엠 홈페이지에 가입해서 Glückskind에 아이를 등록하기를 추천한다. dm마트에서 Willkommengeschenke를 받을 수 있는 쿠폰 또는 큐알코드를 보내주는데 이 박스 안에 들어있는 제품들이 아주 유용하다. 등록한 아기의 연령에 따라 선물을 달리 보내주는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하니는 3월 말에 태어나 4월쯤 Glückskind에 가입했는데 아벤트 젖병이며 팸퍼스 기저귀, 팸퍼스 물티..
2019. 9. 12. 04:54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어느샌가부터 하니를 안고 있으면 안겨있는 느낌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생아때 아기를 품에 안고 있으면 포근히 안겨있다기 보다 버둥버둥대는 쪽에 더 가까웠다. 아직 대근육이 발달되기 전이고 목을 가누기에는 힘이 부족했을테다. 버둥대기 바쁜 아기의 목을 감싸고 둥둥거리며 달랬던 그때는 안았다기 보다는 깨질까 염려하며 꼭 붙들고 있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래도 4개월을 다 채워가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니를 안았는데, 하니는 버둥대는 팔을 내리고 편안하게 내 어깨를 감쌌다. 두 다리도 내 배에 착 밀착되어 있었다. 포근하게도 하니는 내 품에 쏙 들어와 있었다. 아기가 작은 두 팔을 활짝 펴서 나를 안아주고 나는 아기를 안는, 서로를 안아주는 기분은 날아갈 듯 황홀..
2019. 8. 26. 05:30 2017-2021년 독일/육아 이야기
하니와 주말 외출은 나가기 전 숨 고르기와 큰 마음을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가는 타이밍은 아기 밥 먹인 후부터 1시간 내, 하니가 슬쩍 졸음이 오기 시작할 때 유모차에 태워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여유가 있다면 공원 산책 코스를 넣어 한바퀴 쯤 콧바람을 쐬지만 여하튼 우리의 종착역은 늘 카페와 슈퍼다. 기껏 주말에 나간다는 곳이 슈퍼나 카페라니 소박하기 그지없다. 다음 주 이유식에 쓸 재료와 우리가 먹을 과일과 채소를 골라야 하고 하니가 먹을 분유도 사야 한다. 주중에 육아를 하느라 나는 주로 집에 있고 장은 남편이 봐오기 때문에 식재료를 눈으로 보고 장바구니에 담는 재미를 느끼려면 주말밖에 기회가 없다. 젖병 두개와 따뜻한 물, 분유를 담을 통을 챙기고 기저귀 파우치까지 가방에 넣으면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