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9. 02:30 좋아서 남긴 것들
푸른 에메랄드빛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 쏟아지는 햇살과 파도의 넘실거림이 눈과 귀를 가득 채우고 사람들은 사색을 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습니다. 이곳을 여행온 사람들은 질릴 때까지 머물고 어떤이는 봄의 기간 동안만 머무릅니다. 영화 은 만남에 구차한 설명도 없고 여행의 이유도 밝히지 않습니다. 그저 머물면서 밥을 함께 먹고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왜 하필 '안경'일까?처음에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 영화 제목에 주목했습니다. '왜 제목이 안경일까?', '안경이 꽤 중요한 키워드인가 보다'했어요. 그도 그런것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다섯명 모두 안경을 썼습니다. '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안경을 썼구나! 그래서 제목을 이라고 했을까?' 이런 유치한 추리는 영화에 후반부로 가..
2016. 9. 8. 11:26 2016년 캄보디아
지난 화요일, 급하게 여권과 짐을 싸고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신을 프놈펜 어딘가에 놓고 온건 아닌지 의심이 되지만 어느덧 우리 몸은 방콕에 도착해있었다. sos 태국 직원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줬고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함께 방콕병원으로 이동했다.방콕병원은 로얄프놈펜병원의 원조격인지 모든 로고나 직원 유니폼, 건물 느낌 등이 똑같았다. 심지어 커텐까지! 우리가 로얄프놈펜병원에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자꾸 입에서 캄보디아어가 튀어나와 말하는이와 듣는이를 모두 당황하게 한다. 6개월동안 나름 캄보디아에 적응을 했나보다. 태국에 오니 새삼 느껴진다.급하게 이곳으로 넘어온 그날 저녁 혈소판 수치는 프놈펜에서 봤던 것보다 더 낮은 수치였다. 37,000. 그 다음날 다시 체크한 수치는 39,000으로..
2016. 9. 6. 20:46 2016년 캄보디아
지난 5일간 로얄프놈펜 병원에서 120시간의 입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집에서 맛있는거 해먹이면서 영양보충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어제 퇴원 전 했던 피검사 결과가 발목을 잡았다. 피를 응고하게 해주는 남편의 혈소판 수치가 정상 범위 150,000~400,000에서 한참 아래로 떨어진 67,000이 나온 것.부랴부랴 sos clinic을 찾아 다시 피검사를 했는데, 급기야 44,000으로 떨어져 버렸다. 보통 50,000이하가 되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에서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타국. 그 다음날이 되면 더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International sos는 방콕으로 급히 병원을 옮기기를 권고했다. 만약 내일 수치가 더 떨어지게 된다면 수..
2016. 9. 4. 18:15 2016년 캄보디아
캄보디아의 어느 못된 모기가 옮긴 뎅기열로 요며칠간 박군이 로얄프놈펜병원에 입원해있는 중이다. 처음 증상이 시작됐던 목요일부터 주일인 오늘까지 꼬박 4일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껌딱지처럼 붙어있게 됐다. 내일 퇴원하니까 총 120시간이다. 생각해보면 연애 6년과 결혼 1년 반, 합해서 7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정도로 오랜시간 같이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하루종일, 다른 사람도 만나지 않은채로 (물론 중간에 병문안 와주신 분들도 계셨지만) 쭉 같이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이번이 처음이다. 아니 난생 처음이다.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첫째날 저녁에 나는 거의 잠을 못이뤘다. 뎅기열 진단을 받은 남편은 해열제를 맞아도 몇시간이면 금새 고열이 올랐고 계속 끙끙 앓기만 했기 때문이다. 나..
2016. 9. 3. 04:30 2016년 캄보디아
언제나 나보다 씩씩하고 힘이 강한 당신. 지금 내 눈앞에는 홀로 병마와 싸우는여린 영혼이 있습니다. 열이 오르락 내리락 보이지 않는 사다리 타기를 할때내 마음도 천국과 병실을 오가는 것을,거친 숨을 몰아쉬다 지쳐 잠든 당신의 뜨거운 손에나는 조용히 차가운 입술을 댑니다. 당신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얼마나 잔혹하고 비정한지체온계에 적힌 터무니없는 숫자가여과없이 보여줍니다. 열을 낮추기 위해 투여하는 약이행여 이 사투에 방해가 될까 염려하면서도열이 들뜬 숨을 자꾸만 몰아쉬는 당신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애써 기도로 갈등을 화해시킵니다. 뜨거운 이마에 차디찬 팩을 꾹꾹 눌러가며 열을 식힐때나는 들었습니다. 거의 잠에 빠진 당신이 무의식중에 뱉은'좋다'는 말. 이것으로 싸움이 이미 종결된 것을나는 ..
2016. 9. 2. 06:33 2016년 캄보디아
반갑지 않은 손님, 뎅기열 우리부부는 수요일부터 시작한 KCOC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프놈펜의 한 호텔을 찾았다. 원래는 부부끼리 같은 호실을 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의아하게도 한방을 쓰게됐다. 이렇게 같은 방을 쓸 수 있게된게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첫째날. 종일 워크숍을 듣고 저녁시간, 지난 한달간 나를 잠못이루게 만들었던 단원간 대그룹 음악치료 세션까지 박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치르고 나서 별 이상 없이 둘다 잠에 들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박군은 온몸의 근육이 쑤시고 아프다면서 여느날과 다르게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몸살처럼 몸이 아파오는 박군은 오전강의를 빼고 방에서 혼자 쉬기로 하고 나는 강의를 듣기로 했다. 단순한 감기몸살이니 쉬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에... 감..